본보 ‘내가 바뀌면…’ 연중기획에 상반된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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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나부터 돌아보게 돼”… 응원 보내준 독자들

―“쓰레기 상습무단투기 지역에 이런 푯말을! ‘당신의 양심카메라가 찍고 있습니다.♥’”

―“사고위험 있는 도로상황 신고하면, 범칙금에 쓸 수 있는 ‘마일리지’ 주기 어때요?”

―“스마트폰 보면서 걷는 사람 많은데 ‘안전 메시지’가 가끔씩 나오면 좋겠네요.”

5일 매년 연말이면 반복되는 무질서한 거리 풍경에 이어, 6일에는 가장 기초적인 집단인 가족 안에서도 실종된 ‘배려 문화’를 보도했다. 이틀 동안 e메일(change2015@donga.com)에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기성세대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국민의 품격을 생각할 때라는 것. “선진국으로 가는 것, 소득이 3만 달러 4만 달러 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안전과 질서가 없는 사회가 무슨 선진국인가”(권현택), “내게 이익이 되면 잘못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회라면 질서와 도덕이 전무한 불량사회일 것”(강수원)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신혜수 씨는 “물이 샌다고 구멍 난 천장 아래에 양동이만 갖다 대지 말자. 낡은 수도관을 손보기 위해서는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제언도 잇따랐다. 폐차처럼 방치된 차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경찰서나 도로공사에 신고해 교통사고를 방지하자거나(김용겸), 술집이나 학원 대출업체의 무분별한 홍보문자와 전화에 벌금을 부과하자(chungjs53)는 의견도 있었다.

‘안전’보다 ‘보고’에 더 신경쓰는 공무원들 ▼

공감의 뜻을 전한 일반 독자들과 달리 일부 공무원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5일 취재팀은 경기 가평소방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보는 이날 화재 위험에 노출된 펜션들의 안전 실태를 보도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국민안전처로부터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통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진 속 펜션의 위치와 상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본보의 기획 보도는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시설의 종합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취재팀은 “이번 보도는 특정 펜션을 겨냥한 기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하며 상호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상부에) 보고를 하려면 펜션이 어디인지 알아야 한다”며 거듭 요청하다 끝내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자 “(알려줘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가평소방서는 이날 기사 속 사진을 토대로 해당 펜션을 찾아냈다. 그러고는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 점검했다. 해당 지역은 비슷한 숙소가 밀집한 펜션촌이다. 당연히 다른 펜션의 안전관리 실태를 들여다봐야 하지만 소방서는 본보 기사에 거론된 펜션의 상황만 점검한 뒤 돌아갔다.

문제가 된 펜션에는 전체 벽면이 비닐로 된 야외 바비큐장이 있었다. 그러나 점검은 소화시설에 국한해 이뤄졌다. 전남 담양군 펜션 화재 때 불거졌던 불법 건축물 문제도 지방자치단체 관할이라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진짜 안전점검보다 상부의 지시에 어떻게 보고할지에 더 민감한 것이 우리 공직사회의 실정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동아일보 연중기획#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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