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달러 때문에… 美 최상류층의 어이없는 ‘부친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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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子 모두 명문대 출신 엘리트… 부친, 2억달러 자산 헤지펀드 설립
직업 없이 돈 물쓰듯하던 아들 “용돈 줄이겠다”는 말에 격분 총 쏴

아버지가 대형 헤지펀드 설립자 겸 억만장자인 미국 최상류층 자제가 용돈 200달러(약 22만 원)를 줄이겠다는 부친의 말에 격분해 총으로 쏴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졸업한 남부러울 것 없는 재력가 집안의 비극이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 첼시 지역에 사는 토머스 길버트 주니어 씨(30)는 4일 오후 3시경 뉴욕 미드타운 지역에 사는 아버지 토머스 길버트 시니어 씨(70) 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이날 밤 체포됐다.

뉴욕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들 길버트 씨는 2009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했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허송세월하며 살았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생활비 조로 매달 2400달러(약 264만 원)가량의 집세와 600달러(약 66만 원)를 받았다. 이날 범행은 용돈을 400달러로 줄이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격분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을 잘 아는 지인들은 부자(父子)가 평소에도 돈 문제로 자주 다툼을 벌였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전했다.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어머니 셸리 길버트 씨(67). 아들로부터 샌드위치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외출했던 셸리 씨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돌려 15분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머리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다는 것. 그는 “남편의 왼손에 권총이 쥐여 있었고 아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아들의 아파트에서 범행에 사용된 권총과 동일한 탄창 및 총알을 발견했고 그를 체포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부자가 모두 미국 최고 엘리트인 데다 30대가 된 아들이 수년째 경제적 자립을 못 하고 부모에게서 집세와 용돈까지 타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들 길버트 씨는 명문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를 거쳐 프린스턴대를 나왔지만 졸업 후 일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미녀들을 데리고 뉴욕 사교 파티에 참석하기 바빴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아버지의 뒤를 따르겠다”며 매멀루크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하겠다고 주변에 알리고 다녔으나 실제 운용 기록은 없다. 아들의 대학 동문들은 그를 “뒤틀리고 불안정하며 기이할 정도로 과묵했다”고 평했다.

아버지 길버트 씨는 엘리트 출신의 재력가. 명문 사립고이자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가 졸업한 학교로 유명한 필립스 아카데미를 나왔으며 프린스턴대를 거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월가 증권회사와 사모펀드 등에서 40년간 근무한 후 2011년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 웨인스콧캐피털을 설립해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의 자산은 2억 달러(약 2200억 원). 그의 개인 재산은 1500만 달러(약 165억 원)이며 뉴욕 상류층의 여름 휴양지인 햄프턴스에 1000만 달러의 별장도 소유하고 있다. 아버지 길버트 씨의 프린스턴대 동문인 래리 존스 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운동 신경이 뛰어났고 겸손했다. 사망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주민도 “늘 예의 바르고 품위가 넘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로버트 보이스 형사는 “아들이 범행을 자살로 위장하려 한 흔적이 보이며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 검사 크레이그 애셔 씨는 “잔인하게 아버지를 살해했기에 보석을 불허하고 구류했다. 그의 유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미국 최상류층 부친 살해#패륜#헤지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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