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의 꿈’ 담은 구체적 모델 제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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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경제혁신, 창업도시, 일자리 창출, 도심재창조, 친환경 녹색도시, 보육시설 확충, 1000만 관광객 시대, 시민 소통과 참여 모델 개발, 사람과 돈과 투자가 몰려오는 매력적인 대구….

권영진 대구시장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구 재창조의 원년, 시민과 함께 거침없는 도전 시작’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신년사와 기자회견 전문을 여러 차례 읽어봤다. 대구의 현실을 개선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좌표를 볼 수 있는 기대감 때문이다. 권 시장이 30개 과제를 중심으로 설명한 내용의 느낌은 ‘아, 대구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도시경쟁력을 높이겠구나’라는 기대감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일이 아닌가’라는 아쉬움과 걱정이 앞섰다.

권 시장은 “올해는 대구가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재도약하는 중대한 기로(갈림길)”라고 했다. ‘대한민국 중심도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이 없어 그저 구호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근거나 비전(구체적인 미래 모습)도 없이 이런 말을 하면 실력과 내공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다소 부족해도 대구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겉으로 화려한 말잔치에 그치기 쉽다. 발표문에 담긴 혁신적, 창조적, 생산적, 역동적과 같은 추상적인 수식어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구를 활기찬 도시로 만들기 위해 250만 시민들이 모두 자랑스러운 대구를 알리는 홍보 세일즈맨이 되어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다. ‘구체적인 무엇’이 빠졌기 때문이다. ‘대구는 이런 가치를 추구하고 이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를 보여줘야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다.

대구 8개 기초지자체와의 역할 분담 및 협력에 대한 인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맡기고 대구시는 광역지자체로서 할 수 있는 ‘큰 일’을 명확하게 정한 뒤 추진해야 효율적이다. 권 시장이 강조하는 소통과 참여, 협치(協治·협력체제)는 기초지자체와의 관계가 우선이다. 시민들은 생업에, 기업은 경영에 하루하루가 벅찬 데 “시민이 시장입니다”면서 주요 정책을 시민과 함께 결정하겠다는 식의 표현은 막연하고 공허하다.

미국 피츠버그 시는 오랫동안 철강도시로서 풍요를 누렸지만 1980년대 들어 철강산업 쇠퇴로 ‘녹슨 도시’로 전락했다. 하지만 30년 노력 끝에 의료산업도시로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운 도시 혁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도 ‘대구의 꿈’을 보여줄 수 있는 이런 종류의 구체적인 모델을 시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는 시장이 ‘대구혁신을 위해 목숨 걸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 ‘시민과 함께 무소의 뿔처럼 의연하게 나아가겠다’와 같은 두루뭉술한 의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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