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년만에 장중 50달러 붕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WTI, 50.04달러… 반년만에 반토막

국제유가가 장중 한때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급락하는 등 5년여 만의 최저치 기록을 재차 갈아 치우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정부는 올해 내에 다시 값이 오를 수 있다는 보수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마감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49.77달러까지 값이 밀리며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이자 지난해 6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해산브렌트유도 2월 인도분 가격이 6% 넘게 떨어지며 배럴당 53달러 선에 마감됐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유종인 두바이유도 배럴당 50.98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휘발유 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 국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1570원으로 지난해 11월 평균가격(1730원) 대비 9.2% 하락했다. 휘발유에 붙는 L당 900원가량의 세금을 제외하면 20%가량 값이 내린 셈이다.

해외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석유 수요가 주춤하고 있지만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치킨 게임’에 나서느라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매체인 마켓워치(MarketWatch)는 원유 투자 전문가인 스티븐 쇼크의 말을 인용해 6월에 배럴당 2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옵션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정부는 보수적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하락은 한국에 에너지 수입 부담을 낮춰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자칫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을 늦출 여지가 있고, 향후 언제라도 시장 상황이 바뀌어 상승세로 돌아설 때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국제유가 연간 평균 가격이 배럴당 63달러가량 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유국들의 생산량 조절로 과도하게 떨어진 국제유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