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지만 비선’만 밝혀내고 문 닫은 청와대 문건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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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청와대 문건’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십상시(十常侍) 비밀 회동을 담은 ‘정윤회 문건’과 내부 권력 암투설의 진원지였던 ‘박지만 미행 보고서’ 등의 문건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던 대로 결론이 난 셈이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구속 기소)이 작성한 대통령 친인척 동향 문건 등 대통령기록물 17건을 유출해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인(私人)인 박 회장은 처음에는 얼떨결에 문건을 받았다 치더라도 두 번째부터는 거절했어야 옳다. 지속적으로 문건을 건넨 두 사람만 사법처리하고 박 회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검찰은 두 사람이 박 회장에게 문건을 건넨 경위에 대해 “정윤회 씨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박 회장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박지만의 비선’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허위 문건까지 만들 정도로 청와대 내부 기강이 무너진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국정 개입 의혹은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십상시 모임이나 미행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서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밝혀 달라며 관련자를 고발했지만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2013년 8월 수첩을 꺼내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박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를 사안에 대해 수사 의지를 보일지 궁금하다. 검찰이 흐지부지 끝내려 하다가는 야권의 특별검사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이 비서관만 소환 조사하고 정호성 안봉근 제1, 2부속비서관은 서면 조사로 마무리했다. 경찰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 안 비서관에 대해 미온적인 조사에 그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부속실 직원들에게 지나치게 힘을 실어 준 것이 ‘정윤회 문건’ 사태를 촉발한 한 요인이다. 박 대통령은 ‘잔심부름’ 정도를 시켰다고 했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파행 인사로 문제가 될 때마다 3인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집권 3년 차를 맞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 운영의 쇄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박지만 비선#청와대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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