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는 못속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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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때 머리 안돌리고 공 끝까지 봐
블로커 손에 닿았는지 확실히 알아 비디오판독 신청하면 100% 판정번복

프로배구는 이번 시즌부터 경기 지연의 주된 이유로 꼽혀 온 합의 판정을 없애고 각 팀의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를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렸다. 최종 5세트까지 가서 한 팀이 10점에 도달하면 양 팀이 추가로 한 번 더 신청할 수 있다. 한 경기에서 최대 3차례까지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판독 불가나 오심으로 확인되면 기회를 더 준다. 비디오 판독 요청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비디오 판독 요청은 감독이 쓸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접전 상황에서 오심을 이끌어 낸다면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지난달 30일로 반환점(3라운드)을 돈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가장 재미를 본 팀은 어디일까.

5일 현재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비디오 판독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32차례 시도에서 18차례 번복 판정을 받았다. 정정률이 56.3%에 달한다. 신영철 감독의 한국전력도 31차례 시도에서 17차례(54.8%) 오심을 인정받아 절반이 넘는 성공률을 기록했다. 김호철 감독의 현대캐피탈이 48.3%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2위를 달리고 있는 OK저축은행은 29차례 요청 가운데 7차례만 오심 판정을 이끌어 냈다. 판정을 뒤집은 게 24.1%에 불과한 것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때 조금 성급하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 성공률 1위를 달리는 이유에 대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외국인 선수 레오 덕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레오가 ‘매의 눈’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 감독은 “공격수가 때린 공이 상대 블로커들의 손을 스쳤는지는 솔직히 감독으로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레오의 경우 자기가 때린 공이 상대 블로커 손에 맞았다고 하면 100% 확실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많은 선수가 공을 때린 뒤에는 머리가 돌아가는데 레오는 다르다. 공을 때린 후에도 끝까지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상대 블로커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다 보니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오는 5일 현재 득점(20경기 772점)과 공격 성공률(57.1%)에서 1위에 올라 있다. 가공할 공격력에 판정을 번복하게 하는 능력까지 갖춘 것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LIG손해보험과의 안방경기에서 3-1(25-19, 23-25, 25-19, 25-19)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배구#레오#비디오판독#판정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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