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뜨는 정치지도자들]<4>보리스 존슨 英 런던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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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넘치는 ‘옆집 아저씨’… 총리 꿈꾸는 소통의 달인

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51·사진)의 인기는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이브닝스탠더드가 꼽은 ‘영국을 움직이는 파워 인물 1000’에서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조사한 ‘지도층 인물 선호도’에서는 정치인 중 최고(41%)였다. 존슨 시장은 5월 치러질 총선에서 런던 서부 억스브리지·사우스뤼슬립 지역구에 보수당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구는 1970년부터 보수당이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곳이다.

그의 인기 비결은 단연 소통능력이다. 영국인들은 명문 가문에 엘리트 교육을 받았지만 엉뚱한 유머로 사람들을 웃기는 소탈한 존슨 시장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명문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존슨 시장은 부친이 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간부를 지낸 명문가 출신이다. 유럽인권위원회 의장 출신의 저명한 변호사인 제임스 포셋이 외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증조할아버지는 터키 오토만제국의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계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구겨진 양복과 자다 막 나온 듯한 더벅머리. 출근할 때에도 가죽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런던 올림픽 때에는 우스꽝스러운 ‘와이어 타기’로 대회를 홍보했다. 이런 이미지 덕에 성(姓) 대신에 이름(‘보리스’)으로 불리는 흔치 않은 정치인이다. 즉흥 연설도 잘하고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으로 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때로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크고 작은 설화(舌禍)도 잦다. 영국 언론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그의 편안한 이미지가 사실은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라고도 전한다. 대중 앞에 나서기 전 일부러 머리를 헝클어뜨린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삶은 실수의 연속이었다. 1980년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기자로 일할 때 가짜로 인용 문구를 작성해 해고당했을 정도였다. 2004년 여성 언론인과 불륜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는 거짓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전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으로 성공한 것은 앞서 언급한 탁월한 소통능력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대화를 즐기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2020 런던 전략 계획’을 세울 때에는 경영인, 금융인, 지역자치단체 대표 등 모든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을 하면서 일의 줄거리를 잡았다. 런던을 가로지르는 도시고속철도 사업을 할 때 재무부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지역 사회 여론을 수렴한 진정서를 내 밀어붙였다.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실수나 위기를 ‘완벽한 승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정치인은 존슨밖에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더타임스와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을 시작으로 시사 주간지 스펙테이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인 존슨 시장은 한 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뒤 2001년 하원에 입성해 2004년과 2005∼2007년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야당이 집권을 대비해 미리 짜둔 각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44세의 나이로 런던 행정 수장에 오른 이후부터이다. 신출내기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

존슨 시장의 정치 인생은 올해부터 시작이라고 영국 정가는 진단하고 있다. 우선 여타 지도자와 확연하게 구별되는 정책 노선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당 내 다른 지도자처럼 사회적으로는 진보, 재정적으로는 보수 성향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존슨만이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나 정치철학이 아직 안 보인다’는 것이다.

향후 차기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그가 ‘탁월한 현실감각을 가진 정치인’ 소리를 들을지, ‘줏대 없는 기회주의자’ 소리를 들을지 새해 행보가 주목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보리스 존슨#영국#런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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