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제재 12월부터 준비… 최근 ‘남북 해빙’ 고려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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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對北공조 이상 없나]

“미국의 대북 제재 결정은 정해진 수순대로 간 것이다. 한국 정부를 의식해 새롭게 내린 조치가 아니다.”

정부 당국자는 5일 미국이 소니픽처스 해킹 공격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단행한 것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휴가 중 행정명령에 서명해 북한을 제재한 방식과 시점 모두 의외라는 일각의 의구심에 대한 반응이었다. 남북한 최고위 당국자들의 신년사로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제재 조치가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해석되자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 “미국의 대북 제재, 한국 정부 의식 안 했다”


전직 외교부처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제재 준비와 발표에는 수일, 수주가 걸린다”며 “불과 2, 3일 전에 있었던 남북한 신년사를 반영해 제재를 단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미국이 해킹 주체를 북한으로 지목하고 ‘비례적 대응’을 공언한 터라 대북 제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대북 제재는 초기부터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과 e메일 위협을 북한 소행으로 밝혀내기까지 한국이 제공한 정보가 핵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그동안 북한의 해킹 패턴과 소스코드 등 ‘스모킹 건(핵심 물증)’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했고 이를 토대로 미국이 “이번 해킹은 북한 소행”이라고 공언할 수 있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이 제재를 단행한 배경을 대화와 제재 담당 부처가 명확히 구분돼 있는 행정부 구조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국무부는 북한과 대화·접촉을 담당하는 반면 핵 확산 방지와 금융제재는 재무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다. 한쪽에서는 대화를 추진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제재를 단행하는 이중구조인 셈이다.

2005년 9월 북핵 6자회담에서 국무부가 ‘9·19 공동성명’으로 돌파구를 만들던 시점에 재무부 주도로 대북 금융제재(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동결)가 결정돼 협상이 1년 이상 겉돈 것처럼 제재는 대화 무드와 무관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해 말 국무부가 이란과 핵협상, 억류자 맞교환 등 외교교섭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재무부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 “미국의 후속조치, 남북관계에 영향 줄 수도”

다만 미국이 이번 제재를 ‘대응 조치의 첫 단계’라고 밝힌 만큼 후속조치에 따라 남북한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행정부의 후속조치가 미약하면 상·하원 모두에 계류된 ‘대북 제재 이행 법안’이 탄력을 받는 등 의회가 직접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 설날(2월 19일)에 맞춘 이산가족 상봉 논의 등 남북 간 대화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제재 국면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일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계 영화사인 소니픽처스가 해킹과 e메일 위협을 당한 후 영화 ‘인터뷰’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자 백악관이 직접 나설 정도로 미국 사회는 반발했다. ‘협박에 굴복하는 태도’를 용납할 수 없는 미국의 정서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CNN 인터뷰에서 직접 “왜 소니가 미국 정부와 이 문제를 상의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질책할 정도였다. 소니의 판단에는 지난해 납북자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교섭을 시작한 일본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국 정계 소식지 ‘넬슨 리포트’는 지난해 12월 31일 “영화 ‘인터뷰’를 개봉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번복한 것은 소니 미국법인이 아니라 도쿄(東京)의 결정”이라며 “이번 사안은 북-일 이슈”라고 전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 환영 논평을 낸 한국 외교부와 달리 일본 정부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일본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한미 대북 공조#미국 대북제재#대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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