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철-임현석 쌍둥이 복서 “형제 스파링? 내 얼굴 때리기 싫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6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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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국가대표 임현철(오른쪽)-임현석(20·이상 대전대) 쌍둥이 형제는 한국복싱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대전대 한정훈 감독은 “전도유망한 선수일 뿐 아니라 효심 또한 지극하다”고 칭찬했다. 둘의 꿈은 2015도하세계복싱선수권에 동반 출전한 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함께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아래 작은 사진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오른쪽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가 형 임현철이다. 사진제공|대전대·복싱대표팀
복싱국가대표 임현철(오른쪽)-임현석(20·이상 대전대) 쌍둥이 형제는 한국복싱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대전대 한정훈 감독은 “전도유망한 선수일 뿐 아니라 효심 또한 지극하다”고 칭찬했다. 둘의 꿈은 2015도하세계복싱선수권에 동반 출전한 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함께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아래 작은 사진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오른쪽 흰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가 형 임현철이다. 사진제공|대전대·복싱대표팀
■ 국가대표 선발전 1위 임현철-현석 쌍둥이 복서, 리우올림픽을 향하다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복싱체급 달라
오른손잡이 형 인파이터…왼손잡이 동생 아웃복서
올림픽 동반 메달 목표 “한 명만 따면 소용 없어요”

한국복싱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2·은3·동1개를 따내며 부활의 찬가를 불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확은 2002부산대회 이후 무려 12년 만이었다. 특히 고무적 사실은 현 대표팀을 이끄는 주축이 대부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란 점이다. 이들이 국제대회 경험만 쌓는다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호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복싱 관계자들은 올해 임현철-임현석(20·이상 대전대) 쌍둥이 형제를 주목하고 있다.

형 임현철은 인천아시안게임 라이트웰터급(64kg)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렸다. 라이트급(60kg)의 동생 임현석은 2012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순철(31·서울시청)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려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됐지만, 2014대표선발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는 형제가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둘은 지난해 12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2015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모두 자신의 체급에서 1위를 차지했다. 4월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 6위 이내에 들면,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다.

● 얼굴·성격은 판박이, 복싱 스타일은 정반대

임현철-현석 형제는 1995년 5월 12일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즐겼던 형제는 대전 동산중 1학년 때 복싱에 입문했다. 형이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1주일 먼저 글러브를 끼었고, 동생이 뒤 따랐다. 임현석은 “사실 축구를 좋아했지, 복싱이 뭔지 전혀 몰랐다. 복싱을 시작한 것 자체가 형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미 그때부터 우린 항상 함께 가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둘은 얼굴 생김새는 물론이고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까지 판박이다. 그러나 복싱 스타일은 정반대다. 오른손잡이인 형이 완벽한 인파이터라면, 왼손잡이인 동생은 철저한 아웃복싱을 구사한다. 복싱대표팀 이옥성(35·2005세계복싱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코치는 “임현철은 쉴 새 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 파이팅이 좋다. 반면 임현석은 발이 빠르고 영리한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 “내 얼굴 때리긴 싫어요.” 형제끼리 스파링은 사절!

이렇게 정반대의 경기 스타일을 지니게 된 이유가 있다. 복싱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도자가 물었다. “너희 인파이터 할래, 아웃복싱 할래?”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쌍둥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신발을 신는 것이 싫었다. 임현석은 “쌍둥이 티를 내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복싱에서만큼은 서로 다른 색깔을 덧입히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발이 빠른 동생이 아웃복싱을 택했다.

둘은 경기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안성맞춤 스파링 상대다. 코칭스태프는 훈련 과정에서 종종 이들을 맞붙게 한다. 그러나 형제는 스파링을 꺼린다. 임현석은 “형이랑 상대하면 쌍둥이라서 그런지 꼭 내 얼굴을 때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땐 특유의 승부근성이 나온다. 중학교 시절엔 워낙 격하게 스파링을 해서 주변에서 뜯어 말릴 정도였다.

사진제공|복싱대표팀
사진제공|복싱대표팀

● 쌍둥이가 다른 체급에서 뛰는 이유는?

둘은 다른 체급에서 뛴다. 평소 체중은 약 66∼67kg으로 비슷하지만, 형은 라이트웰터급(64kg), 동생은 라이트급(60kg) 선수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다못해 스파링도 피하는데 실전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학교 때부터 동생이 한 체급 아래에서 활약했다. “누가 체급 낮출래?”라는 지도자의 물음에 자존심 강한 동생이 손을 번쩍 들어버렸다.

복싱선수의 체중감량은 피를 말리는 과정이다. 실전을 앞두고 형은 2kg 정도만 빼면 되지만, 동생은 6kg 이상 줄여야 한다. 임현철은 “현석이가 자신이 낮은 체급을 택한 걸 지금도 후회할 거다. 감량하느라 사우나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죄책감도 든다. 하지만 힘든 내색 한번 안하고 웃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 쌍둥이 형제의 꿈은 세계선수권 동반 출전·올림픽 동반 메달

이미 중고교 시절부터 유망주였던 쌍둥이 형제는 지난해 처음으로 태릉에 입성했다. 이들은 복싱대표팀에서 가장 친한 동료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임현철은 “운동장을 돌 때도 꼭 한 바퀴를 더 뛰어야 그만둔다. 팔굽혀펴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새해 목표는 카타르 세계선수권에 함께 출전하는 것이다. 복싱대표팀 박시헌(50·19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감독은 “둘 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다.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복싱은 2005년 중국 미안양 대회에서 이옥성의 우승 이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임현철과 임현석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며 ‘꼭 함께 올림픽에 나가자’고 다짐했다. 우리는 한 명만 메달을 따봐야 소용없다. 올해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뒤 내년 리우올림픽에선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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