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단골고객 100만명… 年매출 1200억 ‘건강식품 名家’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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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파워기업]<1> 천호식품

180여 종의 건강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천호식품은 한 우물 경영으로 연간 매출 12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이 새해를 맞아 시내에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호식품 제공
180여 종의 건강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천호식품은 한 우물 경영으로 연간 매출 12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이 새해를 맞아 시내에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호식품 제공
단골 고객 100만 명, 24개국 정상의 감사 편지, 창사 이후 단 한번도 바뀌지 않은 전화번호 1005(천호)….

부산 사상구에 본사를 둔 건강식품 제조·판매사인 천호식품㈜에는 ‘기네스급’ 진기록이 많다. 지금도 ‘샘처럼 솟아 호수처럼 가득하라(泉湖)’는 상호처럼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날 안내를 맡은 경비원은 “우리 회사는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4층까지 걸어가셔야 합니다. 건강을 위한 배려입니다”고 말했다. 계단마다 표시한 소비 칼로리 양, 직원들의 책상 배치, 화장실 안내, 접견실 등에서 오너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묻어났다.

“산수유. 남자한테 좋은데, 정말 좋은데…”란 광고 문구로 유명해진 김영식 회장(64)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새해에는 경제전문가들이 모두 힘들 것이라고 해요. 평소 하루 매출 130만 원인 우리 동네 편의점도 요즘은 겨우 60만 원 정도 판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잘하는 사람은 잘할 것이라고 봅니다.”

공장이나 식당이나 잘 안될 때는 ‘따라하는 것’이 답이라는 게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1등을 따라하면 2등을 할 수 있고, 여기에 창의성이 더해지면 1등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잘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른 만큼 그것을 배우고 적용하라는 것. “개업이나 창업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아파트 몇 채를 살 거라고 각오를 해요. 그러나 대부분 몇 개월 하다 안 되면 포기하고 맙니다. 포기는 습관이 됩니다. 실패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포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는 1974년 제대 후 24세 때 ‘일일공부’라는 배달학습지 지국을 시작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0여 년간 신발 깔창, 금연파이프 제조판매 같은 사업을 벌이며 열정적으로 뛰었다. 이때 번 돈으로 1984년 현재의 회사를 설립한 뒤 달팽이 농장을 세웠다. 달팽이 종패 분양이 붐을 타면서 사업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대박만 노리는 사람이 몰리면서 얼마 가지 않아 시장 질서는 무너졌고, 달팽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를 처분하려고 1991년 고안한 것이 제1호 건강식품 ‘달팽이엑기스(진액)’였다. 이것이 전화위복이었다. 예기치 않은 대박을 터뜨리면서 사업영역도 게임, 찜질방, 황토방 체인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다시 치명타를 입었다. 회사와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극단적 생각까지 들었지만 자신만 바라보는 가족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1998년 1월 ‘강화사자발쑥진액’을 직접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 1년간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8시 반까지 서울 전역을 돌았다. ‘못 팔면 죽는다’는 각오를 가슴에 새겼다. 당시 부산과 서울을 오가던 비행기와 기차 안에서 그가 직접 전단을 뿌린 일화는 업계에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렇게 쑥에 미쳐 산 지 1년 뒤 기적이 시작됐다.

생산하는 제품마다 히트를 쳤고, 연매출 12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이 됐다. 현재 생산 중인 건강제품만 180여 종에 이른다. “성공하고 싶으면 성공한 사람을 자주 만나십시오. ‘점심 한 그릇 사 주십시오’ 하고 만나면 됩니다.” 갸름한 얼굴의 김 회장이 구수한 표정을 지으며 던진 인생철학이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영남#건강식품#천호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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