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에 당하고도 또 ‘설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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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세월호 겪고도 ‘기초질서 외면’ 여전
안전의식-공공질서 제자리걸음… 작은 습관 고쳐야 큰 사고 예방

무방비 환풍구… 쓰레기 나몰라라… 차도 무단횡단 ‘위험 표지판’ 없이 방치된 환풍구, 쓰레기로 난장판이 된 공원, 바로 옆 횡단보도를 두고 아무렇지 않게 차로를 건너는 사람들…. 세밑에 만난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동아일보는 2015년을 맞아 내가 먼저 작은 것을 고쳐 나가자는 기획시리즈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를 연재한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전영한·김민 기자
무방비 환풍구… 쓰레기 나몰라라… 차도 무단횡단 ‘위험 표지판’ 없이 방치된 환풍구, 쓰레기로 난장판이 된 공원, 바로 옆 횡단보도를 두고 아무렇지 않게 차로를 건너는 사람들…. 세밑에 만난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동아일보는 2015년을 맞아 내가 먼저 작은 것을 고쳐 나가자는 기획시리즈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를 연재한다. 최혁중 sajinman@donga.com·전영한·김민 기자
“겉보기에 문제가 있는지만 확인합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완도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 안에서 소화기 안전점검 실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취재진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담당자는 “이 배의 소화기는 매달 한 차례 ‘육안 점검’만 하고, 소화액이 나오는지는 1년에 한 번 6월에 실시하는 정기검사에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승객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요원의 무성의한 답변이었다.

지난해 10월 추락사고로 16명이 숨진 길거리 환풍구 관리 실태는 어떨까. 지난해 말 당시 사고가 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인근의 다른 환풍구를 찾아갔더니 경고문이나 접근 차단시설이 전혀 없었다. 정부는 높이 2m 이하 환풍구에 차단시설 설치를 권고했지만 관리인은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가면 안 되는 곳”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쇼크’를 겪었다. 온갖 안전 관리대책을 내놓고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현장 관리자의 안전 수준은 세월호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시민의식 부재’도 여전했다. 본보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한 폐지 수거인은 “3시간 동안 거리에 있는 깡통만 300개를 주웠다”고 했다. 축제일이면 어김없이 거리는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바뀌고 모두가 나 몰라라 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작은 불합리와 부조리를 외면해온 습관은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무단 횡단하고, 쓰레기통이 멀다고 길에 담배꽁초를 버려 온 결과가 ‘세월호 침몰’ 같은 참사로 이어진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한국의 사회자본지수는 10점 만점에 5.07로 낙제 수준이다. OECD 32개국 중 29위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만큼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공공(公共)에 대한 책임감을 팽개치고 있다는 의미다. 동아일보는 2015년 연중 기획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를 통해 우리 주변의 잘못된 관행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재명 jmpark@donga.com·이샘물 기자
#안전의식#공공질서#기초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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