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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우리 복지관 밥,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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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우리 복지관 밥,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

이철호 기자 입력 2015-01-05 03:00수정 2015-0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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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명소된 서울 성수복지관의 비결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성동구 성수종합사회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주방장 이수훈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노인들에게 반찬을 나눠주고 있다. 이 씨는 서울 유명 호텔 조리사 출신으로 2012년부터 성수복지관에서 이른바 ‘호텔 급식’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우리 집사람이 해주는 밥보다 훨씬 맛있다니까. 얼른 떡국 한 숟가락 들어봐….”

마치 손자에게 식사를 권하듯 홍성관 할아버지(81)의 말투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1길 성수종합사회복지관(성수복지관). “이곳의 식사가 호텔보다 맛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기자에게 홍 할아버지의 재촉이 이어졌다. 이날 점심식사 메뉴는 조랭이떡국, 등심돈가스, 샐러드, 김치 등. 한눈에도 두툼한 등심돈가스를 입에 넣는 순간, 소문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


성수복지관은 2012년 9월 문을 열었다. 서울 시내에서 두 번째로 ‘젊은’ 복지관이다. 같은 건물에 병원, 공연장 등이 함께 있다. 덕분에 특유의 칙칙한 분위기를 벗고 “새로운 복지관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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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성수복지관이 지역 명소로 거듭난 데는 유달리 맛있는 ‘밥맛’이 큰 몫을 했다. 박을종 관장(58)은 “개관 이후 ‘복지관 급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데 고심했다”며 “2800원으로 한정된 한 끼 식사 예산에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주방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의 고민을 해결해준 인물이 바로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에서 4년간 조리사로 일했던 이수훈 씨(35·계장).

이 씨가 화려한 호텔 생활을 접고 복지관 주방을 선택한 건 “요리봉사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중순 ‘주방장’을 모집한다는 성수복지관 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 이어 후보자 10여 명과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당당히 ‘성수 디미방’에 입성했다. 디미방은 임금이 음식을 먹던 곳을 일컫는 옛말로 성수복지관 경로식당의 이름이다. 박 관장은 “항상 깔끔한 호텔 주방장 복장에, 최고의 음식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고수하는 이 씨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이 씨의 영입은 그동안 복지관 밥을 꺼리던 노인들의 입맛을 돌려놨다. 매일 성수 디미방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유순이 할머니(82·성동구 성수2가3동)는 “다른 동네 복지관 다니는 친구들은 급식 갖고 투정이 심하지만 나는 다르다”며 “생전 맛보지 못했던 스파게티, 샐러드 같은 양식을 노인들 입맛에 딱 맞춰 만들어줘서 좋다”고 했다. 개관 초기 10여 명이던 식사지원 노인 수도 현재 35명까지 늘어났다.

성수복지관의 또 다른 자랑은 이른바 ‘멀티플렉스형’ 공간이다. 복지관이 들어선 7층짜리 성수문화복지회관 건물에서는 의료와 문화 복지 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1층 재활의원부터 △아트홀(2∼4층) △복지관(5, 6층) △도서관(7층)이 차례로 있다. 난타 요가 미술 같은 수업을 듣다가 연극을 관람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박 관장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용객의 다수를 이루는 다른 복지관과 달리 우리 복지관은 유아, 아동, 일반 성인 대상 프로그램 비율이 60% 가까이 된다”며 “세대와 지역을 넘어 열린 공간이라는 새로운 복지관 모델을 키워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성수복지관#성수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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