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택동]불통(不通)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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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정치부 차장
장택동 정치부 차장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뭔지 생각해봐라. 숨을 거두기 직전 ‘돈을 많이 못 벌어서 아쉽다’ ‘성공하지 못해 슬프다’고 후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가슴에 담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가족과 대화가 부족했다’고 탄식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시절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관한 강의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대화를 통한 소통’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들은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소통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고 있지만 소통에 대한 갈증을 다 풀어주지는 못한다.

정치권에서도 소통은 더없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정치를 ‘협상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상대방과의 소통이 없다면 협상은 불가능하다. ‘같은 편’ 내에서도 원활한 소통은 필수적이다. 소통 없이 팀워크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일심동체나 마찬가지인 ‘정부 여당’ 사이에서 “불통(不通)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사학연금 및 군인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골병이 들 지경”(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이라는 등 거친 말이 쏟아졌다.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한 노동개혁안을 내놨을 때도 “국회부터 설득하고 발표를 해야지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왔다. 정부가 국회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한-호주,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이명증(잡음이 들리는 병적인 상태)이 있는 것 같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방식을 놓고도 여당 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표적 사례가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관한 것이다. 처음 김 수석의 임명 발표가 나자 여당 내에서는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어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약소국의 무기’라는 취지의 저서 내용이 뒤늦게 밝혀지자 당내에선 “김상률 수석을 추천한 인사를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터져 나왔다. 이렇다 보니 정무장관이 부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비밀스럽게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 있을 수 있다. ‘보안이 생명’인 인사를 미리 논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범한 지 만으로 채 2년도 안 된 여권에서 불통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낯설어 보인다. 지금은 여권이 한몸처럼 협력하며 국정과제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또 여권 내에서조차 이런 불만이 나오니 다른 곳에서는 오죽할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정부와 여당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5년 내에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소통이 부족해서 일을 못했다’는 회한을 남기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
#불통#박근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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