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트렌드]일본, 어린 양 재료로 연하고 냄새 적어… 중국, 물 귀한 위구르, 삶는 대신 꼬치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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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사랑받는 양고기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에 있는 양고기집 ‘다루마’의 모습. 양고기는 삿포로를 찾는 사람들이 꼭 먹고싶어 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삿포로=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에 있는 양고기집 ‘다루마’의 모습. 양고기는 삿포로를 찾는 사람들이 꼭 먹고싶어 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삿포로=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칭기즈칸 니닌마에 구다사이(칭기즈칸 2인분 주세요).”

이곳저곳의 테이블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오후 9시가 넘었는데도 기다리는 줄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20m²(약 6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20여 개의 좌석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지난해 12월 27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 스스키노 거리에 있는 양고기집 ‘다루마’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칭기즈칸’은 이곳의 대표 메뉴다. 생후 12개월 미만의 어린 양의 고기를 양파, 파 등 채소와 함께 불판에 구운 뒤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어린 양을 재료로 써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덜한 데다 고기가 연하고 담백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양고기는 삿포로를 찾는 외국인이 라멘과 더불어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다루마는 삿포로의 ‘명동’ 격인 스스키노 거리에서 점포 4개를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삿포로에는 칭기즈칸을 메인 메뉴로 갖춘 음식점이 여럿 있다.

삿포로 동북쪽에 있는 홋카이도 제2의 도시, 아사히카와에서는 양고기 조리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불고기처럼 고기를 양념에 재운 뒤 구워 먹는다. 홋카이도 주민들은 전골 형태의 ‘칭기즈칸 나베’도 즐겨 먹는다.

겨울이 긴 홋카이도에서 영양이 풍부한 양고기는 최고의 영양식으로 꼽힌다. 홋카이도 사람들이 양고기를 즐겨 먹게 된 것은 일본 중앙정부가 홋카이도 개척 과정에서 펼친 목축 장려 정책의 결과라는 게 정설이다. 20세기 초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 주민들에게 유럽 방식의 목축을 권장했다. 그 결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양의 수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양고기 소비를 장려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세기 초 일본군이 만주를 점령했을 때 그곳 사람들이 즐기던 만주식 양고기 요리를 들여온 것이라는 설도 내놓는다. 흥미롭게도 칭기즈칸이란 양고기 요리 이름은 몽골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양을 많이 먹는 몽골 사람들의 풍속이 모티브가 된 것 같기는 하다.

양고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의 쇠고기나 돼지고기만큼이나 즐겨 찾는 음식이다. 특히 유목민이 많은 국가에서는 일찌감치 양고기를 주요 식자재로 사용해 왔다.

중국식 양꼬치는 이제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양고기 꼬치구이는 중국 서북쪽에 있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유목민인 위구르족이 많이 산다. 신장위구르 사람들은 물이 귀한 지역 특성상 양고기를 삶아 먹지 않고 꼬치에 끼우거나 석쇠에 올려 불에 직접 구워 먹게 됐다고 한다. 한편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火鍋)에서도 양고기는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얇게 썬 양고기를 뜨거운 육수에 넣어 익힌 뒤 건져 먹는다.

돼지고기를 먹는 게 금지된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양고기를 먹는다. 터키에서는 케밥 재료로 양고기를 주로 쓴다.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나 튀니지, 모로코에서도 양꼬치를 즐겨 먹는다. 몽골에서는 ‘호르호그’라는 전통 음식이 유명하다. 양을 잡아 해체한 뒤 큰 냄비에 채소와 불에 달군 돌덩어리를 함께 넣고 익혀 만든다. 몽골 유목민들은 귀한 손님을 맞을 때나 결혼 등 대소사가 있을 때 호르호그를 준비한다. 프랑스에서는 양고기를 스테이크 형태로 조리해 먹기도 한다.

삿포로=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양고기#삿포로#홋카이도#양꼬치#케밥#호르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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