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북한이 곧바로 결실 얻으려 하는것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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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신년 인사회]
北 대화 제의뒤 첫 공식 언급… 당국자회담 거쳐 신뢰확인 의지
“기러기가 V자로 무리지어 날듯이… 국정 주체가 손발 맞춰야 대도약”
김무성 “기업인 사기회복 협조를”… 가석방 간접 요청 미묘한 파장

“북한이 곧바로 결실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5년 신년 인사회에서 한 발언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날 신년사에서 “(남북 간) 최고위급 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데 대한 박 대통령의 첫 반응이기도 하다. 북한이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에 앞서 한국이 지난해 말 제안한 당국자 회담부터 호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신뢰가 먼저… 남북대화 속도 조절?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 인사회 공개발언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의견만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신년 인사회에 앞서 이뤄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남북대화 재개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지원 확대를 유엔과 함께 다뤄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의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에 이어 김정은의 최고위급 회담 ‘역제의’까지 남북 간 ‘대화 공세’ 국면에서 박 대통령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남북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면 당국자 회담 등의 절차를 밟으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신년 화두는 체질 개선, 경제 혁신

박 대통령이 신년 인사회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사회 전반의 체질 개선’이다. “과거 국가 발전을 위해 도로와 다리, 항만을 건설했던 것처럼 이제는 보이지 않는 제도와 관행,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새롭게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5년이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국가 혁신의 해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로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며 “새해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관용과 나눔, 희생의 성숙한 모습을 갖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과정에서 사회갈등이 커질 수 있으니 각계각층이 희생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기러기가 겨울을 나기 위해 먼 거리를 날 때 브이(V) 자로 무리지어 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앞장선 기러기들이 호흡을 맞춰 날갯짓을 하면 공기 흐름이 상승기류로 바뀌어 뒤따르는 기러기의 비행능력을 70% 이상 높여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지방자치단체, 경제계 등 국정 주체들이 손발을 맞춰 노력하고 헌신할 때 국민의 삶의 무게도 그만큼 가벼워지고 대한민국의 대도약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업인 사기 회복=가석방(?)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신년 인사회에서 ‘기업인의 사기’를 강조해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는 데 여야나 민관,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기업인들이 사기를 회복해 열심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조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기업인 가석방을 박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기업인 가석방이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부정적 기류가 강한 상황이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남북문제와 국정 쇄신에 초점을 맞추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 어머님같이, 누님같이 모두 안는 포용력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
#북한#박근혜#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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