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현대물리학과 상상, 우주를 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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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과학/킵 손 지음·전대호 옮김/318쪽·2만5000원·까치
인터스텔라에 등장한 어려운 과학세상
이해한 과학, 이해하지 못한 과학
우리의 상상, 3가지 영역으로 설명
21세기 지성인을 위한 ‘우주서적의 지존’이 탄생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사들이 도착한 밀러 행성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하고 물이 엄청난 높이로 지표면을 휩쓸고 다니는 곳이다. 영화를 볼 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차근차근 원리를 알아보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우주사들이 도착한 밀러 행성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하고 물이 엄청난 높이로 지표면을 휩쓸고 다니는 곳이다. 영화를 볼 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 차근차근 원리를 알아보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우리가 이해한 과학의 관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과학의 관점’ ‘인류의 정서적 관점’이 삼위일체가 돼 빚어낸 걸작이었다. 킵 손 박사의 완벽한 조언이 처음부터 끝까지 돋보였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내가 어느 매체에 기고한 칼럼의 시작 부분이다. 킵 손의 저서 ‘인터스텔라의 과학’을 받아본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직감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킵 손은 모든 내용을 T, EG, S 셋으로 분류해 놓았다. 즉 우리가 이해한 과학 부분을 ‘True’의 T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과학 부분을 ‘Educated Guess’의 EG로, 상상의 영역을 ‘Speculation’의 S로 분류했다. 물론 과학책이니까 영화와 달리 ‘S’ 영역에서 ‘부녀간의 사랑’ 같은 것은 빠져 있다.

현대 물리학의 최첨단 분야에서 세 가지 영역을 마구 뒤섞어 놓으면 일반 독자는 이해할 길이 없다. 킵 손은 이를 잘 알고 일부러 책을 그렇게 구성한 것이다. 예를 들어 T 부분만 따로 모아서 읽으면 훌륭한 상대성이론 입문서가 된다. 그 다음에 EG나 S 분야에 도전하면 읽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 기법으로 킵 손은 이미 한 번 크게 성공한 바 있다. 그는 1973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대성이론 교과서 ‘중력(Gravitation)’을 찰스 미스너, 존 휠러와 함께 저술했다. 이 책도 비교적 쉬운 ‘Track 1’과 더 어려운 ‘Track 2’로 나뉘어 있다. 거의 40년 전 책이지만 아직도 이만한 교과서가 없다. ‘인터스텔라의 과학’ 역시 두고두고 읽힐 우주 도서의 지존이 될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기존의 어떤 과학책보다 훨씬 어려운 내용을 더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영화 장면들과 깔끔한 삽화들이 우리의 안구까지 정화시킨다. 블랙홀 가르강튀아(Gargantua), 밀러(Miller) 행성의 1200m 높이 파도, 고차원 초공간(bulk)의 막(brane)에 해당되는 우리 우주, 주인공 쿠퍼를 실은 테서랙트(tesseract)의 5차원 공간 이동…. 모든 설명에 저자의 자상함이 배어 있다.

킵 손의 높은 인격 때문에 영화 ‘인터스텔라’도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나에게도 스승이나 다름없는 분이다. 미국 텍사스대에 유학하던 나는 1987년 초 거대한 블랙홀에 대해 논문을 쓰다 궁금한 부분을 그에게 편지를 보내 물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나자 친절하고 자세한 답장이 그로부터 왔다. 그 편지 덕분에 나는 방정식들의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연말에 학위도 받을 수 있었다.

21세기를 사는 지성이라면 한 번쯤 ‘인터스텔라의 과학’을 읽기를 권한다. 킵 손도 궁금해하는 영화 속의 ‘그들(they)’이 누군지 상상해 보는 것은 덤이다.

▼함께 읽어볼만한 우주과학 책들

보이드(Void)-빅뱅 직전의 우주(프랭크 클로우스 지음·MID)

‘인터스텔라의 과학’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현대 물리학의 보충판. 믿거나 말거나 빅뱅은 진공(vacuum)에서 비롯된다. 우주 공간 또한 완벽한 진공상태나 마찬가지다. 이 책은 바로 진공과 무(nothing)에 대한 이야기다. 진공을 만들고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부터 최첨단 우주지식까지 다룬다.

우주의 끝을 찾아서(이강환 지음·현암사)

풍부한 자료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천문학을 소개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내려놓기 어렵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천문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과학자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보여주며, 탐구에 대한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끊임없이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며 이끌어가는 힘은 압권이다’라는 평가와 함께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별 이야기(심재철 지음·과학동아북스)

우주 초보자용 안내서다. 별자리와 함께 밤하늘, 우주, 그리고 과학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밤하늘에서 밝고 화려한 별을 찾는 방법부터 별을 찾으며 생각하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구름 사이로 밝은 별이 하나만 보여도 저 별이 무엇일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독자는 최소한 여름 밤하늘에서 견우성과 직녀성을 찾게 된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인터스텔라#인터스텔라의 과학#킵 손 박사#상대성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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