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정부 ‘75% 부유세’ 2년만에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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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이민-기업 위축 등 논란
피케티, 佛 최고훈장 수상 거부… “정부, 상줄 생각말고 경제 살려라”

프랑스가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부유세(富裕稅·supertax)’를 결국 폐지했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주요 언론은 연간 100만 유로(약 13억2000만 원)를 넘는 임금 초과분에 대해 최고 75%의 세금을 걷는 ‘부유세’가 1일 폐지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며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부유세는 경제 회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사회적 갈등만 야기했다는 비판 속에 도입 2년도 안 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제도가 시행된 것은 올랑드 대통령 취임(2012년 5월) 이듬해인 2013년 3월. 납세자 10명 중 6명이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프랑스 내 고소득자들이 해외 탈출 러시를 벌였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을 만드는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벨기에로 귀화하려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취소했고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결국 러시아 시민권을 얻었다.

위헌 시비도 일었다. 2012년 12월 30일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가구 전체에 부과되는 다른 소득세와 달리 개인에게 부과하는 부유세는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예를 들어 한 가구에 연간 100만 유로 이상을 버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으면 세금을 내지만 90만 유로를 버는 사람이 2명 있을 경우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불합리를 지적한 것이다. 위헌 시비가 일자 정부는 기업이 해당 직원의 세금을 대신 내도록 제도를 바꾼 뒤 시행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거둔 세수는 2013년 2억6000만 유로(약 3456억 원), 지난해 1억6000만 유로(약 2127억 원)였다. 지난해 10월 기준 재정 적자 847억 유로(약 112조 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데다 기업의 경제 활동 의욕만 꺾어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한편 부유세 찬성론자였던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는 1일 프랑스 정부가 주는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했다. 그는 “누구에게 상을 줄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정부는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 성장을 다시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프랑스#부유세#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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