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 회의록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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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쟁서 장수 발목 묶는건 국익 위배”
경제살리기-올림픽 유치 명분 전원 찬성
일부 ‘원 포인트 사면’ 부정적 의견

최근 기업인 가석방 논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2009년 12월 3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원 포인트’ 특별사면·복권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국익’과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전원일치 찬성 의견을 거쳐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2일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이 회장의 특별사면 회의록에 따르면 법무부 및 검찰 내부위원들은 국익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특별사면을 적극 제안했다. 회의에는 이귀남 전 장관 등 내부위원 5명과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등 외부위원 4명 등이 참석해 50분가량 진행됐다.

당시 이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10년 2월로 예정됐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회의에서도 이 전 장관은 “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사면 적정성을) 심사해 달라”며 운을 띄웠고, 최교일 전 검찰국장은 “이 회장이 IOC 위원 자격을 잃으면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안건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임 등으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의 ‘원 포인트’ 사면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곽 소장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조금 빠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고, 권영건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도 “(특별사면) 전례가 있다한들 국민정서상 그렇게 쉽게 용납이 안 된다”고 했다. 주철현 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현 전남 여수시장)은 “이 회장에게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달리 사회봉사명령도 선고되지 않았는데 법무부에서 또 봐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사면에는 찬성했다.

그러자 회의를 진행한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은 “경제 전쟁에서 장수의 발목을 묶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게 아니다. 아예 전쟁에 나가지 못하게 해 국익에 위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유창종 변호사도 “(국제 경제 상황이) 살얼음판인데 삼성이라는 주전 멤버 발에 뭘 채워놓고 뛰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동의했다.

간사인 권익환 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KAL기 폭파범’ 김현희 씨 등 ‘원 포인트’ 사면이 이전에도 8차례 있었다고 설명하고 최 전 국장이 ‘사면 찬성’이 47.1%로 반대(36.1%)보다 우세했던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들며 설득하자 권 전 이사장 등은 “청와대와 법무부가 상당히 고민했을 테니 개운하지는 않지만 찬성한다”며 사면에 동의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최우열 기자
#기업인#가석방#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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