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星장군 류중일? 다시 김성근 매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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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스포츠 전망대] <2> 10구단 체제 프로야구 판도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현 고문)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야구가 시작되기 마련이다. 2015년 프로야구의 궁금증을 풀어 봤다.

① 삼성 천하, 올해도?

흔히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점지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류중일 삼성 감독은 명장(名將)이기에 앞서 천하의 복장(福將)이다. 류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뤘다. 단순 계산을 하면 5184분의 1 확률이다. 만약 올해까지 우승하면 확률은 5만1840분의 1이 된다.

실제 류 감독은 운이 좋았다. 감독 첫해에는 중도 교체한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고, 2012년에는 일본에서 뛰던 이승엽이 가세했다. 지난해도 시즌 직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임창용이 돌아왔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나바로도 이렇게까지 잘해 줄지 몰랐다. 그러나 올해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타자들이 “공을 쳐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에이스 밴덴헐크가 일본으로 떠났다. 보강된 전력은 군에서 돌아오는 투수 정인욱 정도다.

삼성의 독주를 견제할 후보는 SK다. 에이스 김광현이 잔류했고,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최정(86억 원), 김강민(56억 원), 조동화(22억 원·이상 4년) 등 팀의 주축도 모두 잡았다. 왼손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한국시리즈를 3차례나 제패했던 2000년대 후반과 비슷한 전력이다.

두산 역시 FA 투수 최대어 장원준을 4년간 84억 원에 데려오면서 우승 전력으로 꼽힌다. 오른손 에이스 니퍼트는 올해도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야수진에 관한 한 두산은 10개 구단 중 단연 최강이다. 선수들의 수준도 높고 층도 두껍다. 마무리 투수 이용찬의 군 입대가 아쉽지만 계투진이 힘을 낸다면 삼성, SK와 함께 우승을 다툴 ‘빅3’로 손색이 없다.

② 넥센과 NC, 진정한 강자로?

넥센과 NC는 지난 시즌 각각 정규시즌 2위와 3위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두고두고 2014년이 아쉬울 수 있다. 넥센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유격수 강정호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유격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40홈런을 쳤고, 117타점을 올렸다. 강정호가 5번 타순에서 버텨 준 덕분에 4번 타자 박병호는 더 많은 찬스를 얻을 수 있었다. 윤석민과 김하성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강정호의 존재감을 메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NC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야구계에서는 “2014년이야말로 NC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말이 돌았다. 작년까지 기존 팀보다 1명 많은 4명의 외국인 선수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릭과 찰리, 웨버 등 외국인 투수 3인방은 지난해 모두 29승을 합작했다. 올해는 웨버가 빠진다. 그가 거둔 9승은 물론이고, 그가 던졌던 118이닝을 다른 선수가 채워 줘야 한다. 지난 2년간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던 NC는 올해는 한 명의 FA 선수도 잡지 않았다.

지난해 4위 팀 LG는 신정락이 빠지긴 했지만 크게 들고 난 선수가 없다. 이에 비해 KIA와 롯데는 선수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른바 센터라인이 뻥 뚫렸다. KIA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은 군에 입대했고, 중견수 이대형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로 갔다. 롯데 역시 전준우(중견수), 박기혁, 신본기(이상 내야수) 등이 대거 이탈했다.

③ 김성근과 아이들의 반란은 정말?

지난해까지 한화는 만년 꼴찌 팀이었다. 3년 연속 최하위를 했고, 최근 6년간 5번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객관적으로는 ‘도전자’의 처지이지만 이미 모든 구단이 경계하는 ‘챔피언’급 위상을 지녔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FA 시장에서 배영수와 송은범, 권혁을 데려왔고, 다른 팀에서 방출된 임경완과 권용관 등도 영입했다.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양훈도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이다. 그는 이전에도 약팀을 맡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 냈다. 2007년 SK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에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김성근과 아이들이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한화 ‘보살 팬들’(어려운 시절을 너그럽게 참고 기다려 준 팬들의 별칭)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일단 ‘그렇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한화가 하위권에 머물면서 좋은 신인들을 많이 데려갔다. 그 선수들이 꽃을 피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④ 꿈의 57홈런은?

제10구단 KT의 1군 참여로 짝수 구단 체제가 되면서 올해는 이동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일요일 매일 경기가 열린다. 팀당 경기 수는 지난해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홈런왕’ 박병호다. 그의 홈런 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3개→31개→37개→52개로 급격히 늘었다.

국내 프로야구는 최근 들어 타고투저의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는 경기 수가 늘고 팀마다 투수가 부족해 타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의 성장세라면 이승엽이 2003년 세웠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6개)의 경신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역시 이승엽이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4개·2003년)도 노려볼 만하다. 지난해 등번호 52번을 달고 52개의 홈런을 친 만큼 올해는 등번호를 57번으로 바꿔 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올 시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타자 천국, 투수 지옥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헌재 un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류중일#김성근#10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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