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손성원]2015년에 걱정되는 10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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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밑도는 세계 경제성장률… ‘나홀로 호조’ 美경제 활력 감소
中경제성장률 7.5% 아래로 추락… 日의 돈 찍어내기 의존 지속…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3.8% 성장률 기대하는 한국엔 고통스러운 시나리오

손성원 객원 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손성원 객원 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최근 한국 정부는 새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4%(예상치)보다 높은 3.8%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경제 예측은 보통 낙관적이지만 실제 결과는 이보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2015년 수많은 국내외적 요인 가운데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려되는 사항들을 짚어본다.

첫째, 세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측했다. 선진국이 2.3%, 개발도상국이 5.0%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IMF 예측치보다 낮아지면 한국의 전체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 지난해 하반기 호조를 보인 미국 경제가 고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성장이 멈칫할 수 있다. 기본 수요가 약하고 상품가격은 낮아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될지 모른다. 고용 증가가 천천히 일어나고 임금 인상도 빈약해 소비 증가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 경제의 활력이 약해지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활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중국의 경제성장이 정부 목표인 7.5%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의 수입은 매년 2조 달러나 된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보다 많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중국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넷째, 유로존이 다시 불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가스 수출을 거부한다.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은 다른 나라보다 러시아 문제 같은 지정학적 흔들림에 취약하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유로존의 경기 침체를 재촉할 수 있다. 한국의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인 유럽의 경제 난기류는 한국의 경제와 금융시장에 해를 끼칠 것이다.

다섯째,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돈을 찍어내는 재정 확대에 계속 의존하고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 일이다. 일본의 경제와 금융시장에는 돈이 흘러넘쳐 엔화가 달러당 140엔이 될 만큼 약세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일본 대비 한국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여섯째, 유로존과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지역은 수요가 부족하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도 낮다. 석유 가격이 더 내려가면 디플레이션 심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소비자도 기업도 더 소비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유럽과 일본에 대한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곱째, 저유가와 서방의 제재로 가뜩이나 나빠진 러시아 경제가 더 나빠지는 상황이다. 러시아 국영기업들이 외채를 갚지 못하면 그 충격은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러시아 디폴트는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한국의 경제와 금융시장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덟째,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 시리자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포퓰리즘을 휘두르는 이 당은 그리스가 진 외국 빚을 깎아달라고 재협상하고, 유로존에서 나가겠다는 공약을 걸고 있다. 그리스가 나가면 유로존의 균열은 더 큰 정치적 경제적 금융적 불확실성을 낳을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타격을 받을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아홉째,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계속돼 기업과 소비자가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 정쟁(政爭)이 불확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열째, 한국은행이 ‘긴축’이라는 실수를 하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1990년 무렵 비슷한 실수를 해 ‘잃어버린 20년’을 부추겼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낮은 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위의 시나리오들 중 어느 것도 현실화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정부의 예측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실제로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경제성장을 북돋는 더 많은 액션과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보험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금리를 더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조치들 없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저(低)인플레이션의 덫에 걸리면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치르게 될 비용은 매우 높아진다. 그럴 바엔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 낫다. 보험이 불필요하다는 게 증명되면 좋은 것이고.

손성원 객원 논설위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
#경제 성장률#3.8#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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