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승리 공식된 박승리, 내일도 ‘파닥파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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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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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리! 파닥파닥. 알겠지?”

한국인 어머니와 네덜란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프로농구 SK 혼혈 선수 박승리(24·198cm)는 한때 문경은 감독에게 이 말을 수없이 들었다. 코트에서 활기차게 뛰라는 주문이다.

지난 시즌 한국 농구에 첫 선을 보인 박승리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코트에 멍하게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문 감독은 복잡한 주문을 하는 대신, ‘파닥 파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새가 날개 짓 하듯 적극적으로 플레이 하라고 했다. 한국어가 서투른 박승리를 위해 통역을 통해 ‘파닥파닥’의 의미를 영어로 전달했다.

박승리는 올 시즌 제대로 ‘파닥파닥’ 거리고 있다. 적극적으로 팀 전술에 녹아들고 있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7득점, 2.0 리바운드였던 박승리의 기록은 올 시즌 평균 6.1득점, 4.4 리바운드로 껑충 뛰었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도 23분 31초로 지난 시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기량이 일취월장하면서 박승리는 자연스럽게 애런 헤인즈-박상오-최부경-김민수가 버티는 SK ‘빅 포워드’진의 든든한 백업 요원으로 성장했다. 주전 선수들이 다치거나 컨디션 난조를 겪을 때면 박승리가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박승리는 조직력을 강조하는 한국 농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13년 네덜란드 1부리그 리오와든 팀에서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던 박승리는 1대1 개인기 농구에 익숙했다. SK 관계자는 “처음 입단해 야간에 3대3, 4대4 훈련을 할 때는 개인플레이가 심해서 국내 선수들이 박승리와 한 팀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점차 아기자기한 한국 농구에 적응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승리는 선두 모비스와의 맞대결에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모비스와 맞붙은 4경기에서 평균 10득점, 5리바운드를 올렸다. 문 감독은 박승리를 모비스 주포인 문태영의 전담 수비수로 내세워 효과를 봤다.

본래 이름이 데이비드 마이클스인 박승리는 SK 팬들의 공모를 통해 승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팬들의 바람대로 박승리는 SK의 승리 공식이 되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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