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정임수]미국의 시대가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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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기자
정임수 경제부 기자
연말이면 각종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들이 이듬해의 소비, 문화, 경제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과 보고서를 쏟아낸다. 이런 트렌드 보고서를 읽어 두면 새해에 돌아가는 ‘판’이 어느 정도 보인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을 전망한 많은 보고서 중에 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10대 트렌드’가 눈에 띄었다. 10대 트렌드의 첫 번째는 ‘준(準)G1호의 출항’. 올해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가 강화된다는 예측이었다.

때마침 미국에서 들려온 ‘성장률 서프라이즈’ 소식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주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2014년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으로 5.0%. 2003년 3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 성적이다. 두 달 전 나온 성장률 잠정치(3.5%)는 물론이고 최근의 시장 전망치(4.3%)도 훌쩍 뛰어넘었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3배인 데다 질적 수준도 높은 경제대국의 성장세가 한국보다 훨씬 활발한 것이다.

미국의 5% 고공 성장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뿐 아니라 아직도 오랜 침체나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중국은 성장 열기가 식어가고 있고, 유럽은 0%대 성장에 머물면서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을 겪을까 걱정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마이너스 성장 위기에 처했고 러시아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다. 이제 미국이 세계경제의 ‘원톱’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의 성장동력은 소비와 저유가다. 본궤도에 오른 셰일가스 혁명에 국제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소비 여력이 커졌고 이게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불쏘시개가 됐다. 여기에 과감한 정책 대응이 맞물려 화력을 키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는 6년간 약 4조 달러(약 4200조 원)를 풀어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는 구조조정과 혁신을 장려하는 시스템이 고공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 기업과 가계의 부실을 털어내는 데 집중했다. 빚을 줄인 가계는 작년 3분기에 소비를 전 분기보다 3% 넘게 늘렸고, 기업은 투자를 9% 가까이 확대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활기와 혁신 시스템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견인했다. 당장의 고통을 피하려고 가계빚을 1000조 원 넘게 키우고 좀비기업의 연명을 도왔던 한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은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국 등 다른 나라 경제가 가라앉으면 한국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심해져 한국 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급격히 이뤄질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경제의 회생 노하우는 본받되 미국 독주시대가 가져올 부정적 파장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임수 경제부 기자 imsoo@donga.com
#트렌드 보고서#성장률 서프라이즈#구조조정#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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