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5]고마운 사람들 너무 많아 눈물… 읽고 쓰는 데 매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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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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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한정현 씨
한정현 씨
“우리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유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로베르토 볼라뇨가 ‘부적’이라는 소설에서 한 말입니다. 그의 소설을 믿기에 저는 여태 꽤나 쾌활하게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선 전화를 받은 그날 오후에는 조금 울먹였습니다. 이 말은 조금 거짓입니다. 사실은 많이 울었습니다. 유머를 잃었거나 미칠 것 같아서는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장영우 선생님, 박성원 선생님, 한만수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오한기, 김은희, 권두현, 유인혁, 이종호, 조형래 등 대학원 선후배님들과 동대미문 선배님들, 전지은, 윤지혜, 한지혜, 신유리, 김효정, 한진아, 전은현, 김형준, 정보영, 기재홍, 장가문, VINCENT, 사랑하는 친구들 모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분들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이제는 미치지 않기 위해서 제가 유지해야 할 것이 단지 유머뿐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고마운 분들과 저 자신을 위해 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985년 전남 구례 출생 △조선대 영어과 졸업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석사 수료

오정희 씨(왼쪽)와 성석제 씨.
오정희 씨(왼쪽)와 성석제 씨.
▼[심사평]희귀언어에서 존재의 의미 추구하는 인간상 구현▼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의 본심 진출작에서 나타난 특이한 현상은 외국의 지명과 외국어 제목, 외국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이 압도적 다수라는 것이다. 세계화와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문학적으로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생경하고 끔찍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서 소설이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바깥, 외국, 외계라고 해서 지금 여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결국 중요한 건 무대가 아니라 절실함과 진실함이라는 것을 여덟 편의 본심 진출작이 보여 주고 있다.

서수겸의 ‘타코와 칠리’는 치료비가 싼 병원을 찾아 멕시코로 간 두 남녀가 현지에서 겪는 일을 보여 준다. 마치 실제로 겪은 일처럼 디테일이 생생하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박다현의 ‘검정을 새기다’는 신춘문예 본심 작품에 흔히 등장해 온 문신을 다룬다. 물론 이 작품에 나오는 문신은 그 전에 나온 문신 이야기와는 달리 시를 대체하는 문신이다. 시는 한 사람의 존재 이유와도 연결된다. 그런데 많은 시가 그렇듯이 그런 과정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가 뭔지 막연하다. 문신을 하는 개연성도 찾기 어렵다.

김진주의 ‘핼과 씬’은 얼음 위로 가볍게 미끄러져 가는 스케이터처럼 빠르다. 걸리는 데 없는 젊음의 풍속, 희망이 소멸한 세계에서 절망하지 않고 연연하지도 않으면서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면모가 살아 있다. 하지만 독자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호오가 심하게 갈릴 것 같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한정현의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단서를 모으다 보면 ‘인간은 언어의 동물’이라는 정의를 떠올리게 되고 사라져 가는 희귀 언어에서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부풀어 있는 언어 조직 속에 틈새와 구멍이 많다. 이는 독자의 적극적인 해석을 유도하고 다의적인 울림과 느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면이 소설과 작가가 함께 진화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선자에게 축하와 함께 각고면려의 정진을 당부한다.

오정희·성석제 소설가
#동아일보 신춘문예#한정현#단편소설#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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