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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둑’에 年 1조원 털리는데… 땜질처방만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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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둑’에 年 1조원 털리는데… 땜질처방만 하는 정부

김준일기자 , 한상준기자 , 홍수용기자 입력 2015-01-01 03:00수정 2015-01-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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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보조금-비과세 줄줄 새는 세금]
정부보조금 4억원 신청… 실제 공사엔 1억만 사용
비과세-감면 축소 어려워… 과세기반 넓히는 개혁 시급
#인천의 A 막걸리 제조사. 2010년 3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특화품목 육성 프로그램’ 사업자로 선정돼 설비설치비 등의 명목으로 국비(國費)에 지방비를 더한 정부 보조금 4억4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지자체는 지역특산물인 인삼을 넣어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향토기업의 계획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전형적인 부정수급 사례였다. A사는 실제보다 금액을 부풀린 허위 견적서를 만들어 지자체에 제출했고 지자체는 정밀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보조금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에 사는 B 씨는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수협 면세유 담당자에게 “고기잡이 선박에 쓰겠다”고 속여 면세유 4만5600L를 싼값에 샀다. 그는 이 면세유 중 일부를 자기 차에 주유하고 대부분을 판매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농가에서 쓰지 않는 폐(廢)농기계에 넣겠다며 면세유를 구입해 주유업자 등에게 판매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보조금을 부정수급하거나 비과세 감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그때그때 세금이 새는 구멍을 땜질만 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눈먼 돈’을 줄여야 한다는 대원칙에 동의하면서도 실제 감면제도, 보조금을 축소하는 문제가 닥치면 외면하기 때문이다.

○ 눈 뜨고 당하는 부정수급



국가 보조금이 부적격자에게 흘러가는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사업자가 허위 견적서로 보조금을 신청하면 지자체는 견적서에 대해 제3자를 통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일단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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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예로 든 A사는 보조금 신청 당시 “인삼막걸리 생산라인을 만들려면 인삼세척기, 증류기, 추출기 등 12개의 설비 설치가 필요하다”며 4억400만 원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견적서를 군청에 냈다. 견적서와 사업계획서를 확인한 군청의 담당 공무원은 2010년 4월 착수금으로 2억8280만 원을 지급했다. A사는 같은 해 10월 말 설비공사를 끝냈다. 하지만 공사에 실제 든 돈은 1억1000만 원이었다.

공사가 끝난 뒤 A사는 시공업자에게 공사대금 4억400만 원을 송금했다는 통장 사본 등을 지자체에 추가로 제출했다. 공무원이 해당 사업장에 들러 기계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했지만 실제 공사비가 얼만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담당 공무원은 결국 잔금 1억2120만 원을 A사에 지급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눈 뜨고 돈 떼이는’ 구조다.

경북 고령군에서는 지난해 ‘토양훈증제(수확 후 땅을 소독하는 제품) 사업’ 보조금 5억3000만 원이 부적격자에게 지원된 일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훈증제 보조금을 받으려면 자기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부적격자가 농민에게 접근해 자기부담금을 내준 뒤 농민 명의로 나온 훈증제 보조금을 가로챈 것이다.

○ 서서히 다가오는 재정 충격

보조금 부정수급은 나랏돈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1억 원의 부정수급이 있으면 정작 받아야 할 사람이 보조금 1억 원을 못 받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비해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 제도의 충격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난다. 정부가 징수할 수 있는 세금을 포기한 부작용은 평소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나라 곳간이 썰물 빠지듯 비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갑자기 큰 위험으로 부각된다.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이 연간 7조 원이 넘는 상황이 굳어지면 큰 위기가 닥쳐도 이 부분에서 세금을 걷기 어려워진다.

비과세 감면은 제도 자체가 복잡한 데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기 때문에 정비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조세재정연구원이 효율성 측면에서 ‘미흡’이라고 판단한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제도는 음식점, 숙박업소,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에게 신용카드 매출액의 일부(업종에 따라 1.3%나 2.6%)를 부가가치세 납부 세액에서 빼주는 제도다. 소비자가 해당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부가세를 냈는데 이 세금의 일부를 다시 자영업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논리적으로 보면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영상 애로를 간과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정치권도 비과세 감면 제도 개편에 부담을 느낀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고소득층 위주로 감면 제도를 줄이고 있지만 서민 관련 항목은 그대로 두려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기업의 혜택을 줄이고 서민 혜택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 여당은 대기업 감세에 대해 손댈 수 없는 성역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에 큰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특정 계층의 세 부담을 넓히기보다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관점에서 전 계층을 대상으로 과세 기반을 넓히는 개혁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용 기자/한상준 기자   
#세금도둑#정부보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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