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130년 이방인으로 살아온 화교를 이해하게 됐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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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서 특별전
‘오래된 이웃, 화교’ 전시회… 3부로 나눠 체계적 설명
2015년 2월1일까지 무료로 관람

화교들이 추앙했던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장수인 관우를 모신 사당에 있던 소품들을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은 고등학생들이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자와 함께 관우도 크게 숭배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화교들이 추앙했던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장수인 관우를 모신 사당에 있던 소품들을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은 고등학생들이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자와 함께 관우도 크게 숭배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엄마, 화교(華僑)가 무슨 뜻이에요?”

“해외에 정착해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중국인이나 그 자손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인천이 고향인 주부 임윤경 씨(42)는 6일 겨울방학을 앞둔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연수구 옥련동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곳곳을 관람하다 특별전시회인 ‘오래된 이웃, 화교’가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실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 임 씨는 개항기 당시 인천에 정착한 화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과 문서, 유물 등을 보며 어릴 때 놀러 가던 ‘차이나타운’을 떠올렸다. 임 씨는 “한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이웃이지만 130여 년 동안 이방인으로 살아온 화교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전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중화가(中華街)―차이나타운’이라는 주제가 붙은 1부에서는 화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조선 말기 임오군란(1882년)이 발생한 뒤 청나라가 군대를 파견할 때 함께 들어온 40여 명의 중국 남방계 상인들이 처음 화교로 유입됐음을 알려준다. 이어 1884년 인천 제물포항 주변(현재 중구 선린동)에 청국조계지가 설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화교가 들어와 전국적으로 확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임오군란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석판화와 제물포항 주변 각국 조계도, ‘청관(淸館)거리’로 불렸던 청국조계지 일대 사진과 엽서가 눈길을 끈다. 인천 시가 약도, 화교집단 분포도, 인천경유항로도 등도 전시된다. 현재 2700여 명에 이르는 인천의 화교들이 주로 모여 사는 선린동 일대에 조성된 차이나타운의 과거와 현재 사진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2부의 주제는 ‘인화문(仁華門)―인천 화교 사람들’이다. 1894년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다툰 청일전쟁과 일제강점기 등을 겪으며 인천에 부쩍 늘어난 화교 1, 2세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화교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돈을 보관한 궤짝 등이 전시된다. 또 당시 식당이나 이발소, 양복점 등을 운영하던 화교들이 사용했던 칼인 ‘화교3도(華僑三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일본의 패망과 광복, 6·25전쟁, 중국의 공산화에 따른 국교 단절 등을 거치며 화교 3, 4세대가 겪은 서러움과 한국 사회에서의 갈등도 보여준다. 6·25전쟁에 참전한 화교의 사진과 참전용사증서, 화교여권, 혼인증서, 화교학교 교과서, 수첩, 모자 등이 전시된다. 한국 정부의 화교에 대한 재산권 행사 제한 등과 같은 각종 사회적 제약으로 취업에 실패하고, 주로 중국음식점 운영에 뛰어든 화교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3부는 ‘선린문(善隣門)―이웃, 그리고 변화’. 다문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지방선거권도 보장됐지만 여전히 차별받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화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인과 화교를 인터뷰한 영상물을 통해 어우러져 살아갈 미래를 그린다. 매년 중구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열리는 한중문화축제를 함께 준비하는 한국인과 화교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마지막에 볼 수 있다. 특별전은 내년 2월 1일까지 계속되며 월요일은 휴관. 무료. 032-440-6750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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