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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아픈 기억, 방전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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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아픈 기억, 방전할 수 있다면…

박훈상기자 입력 2014-12-06 03:00수정 2014-12-0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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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깔들의 밤/김인숙 지음/356쪽·1만3000원·문학동네
김인숙 “세월호 상기될까 두려워” 작가의 말 싣지 않고 소설 출간
‘모든 빛깔들의 밤’에는 작가의 말이 실리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이후 작가는 소설 출간을 죄스러워했다. 2012년 10월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 연재 당시 “혹시 상심하는 날이 있으면, 혹시 뜻밖에 상처받는 일이 있으면, 이렇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그럴 수밖에 없으니 그렇게 하라고”라고 썼다. 김인숙 작가 제공
참척(慘慽)의 슬픔, 그 안에 갇혀 발버둥치는 젊은 부부를 보고 있자니 애가 탄다. 혀는 마르고 손은 땀으로 축축해진다, 그래도 읽었다.

2014년 3월 오전 기차 탈선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 대형 사고였다. 기차에 불이 붙었고 열차 안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가득했다. 기차에 탄 조안은 생후 8개월인 아들과 함께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조안은 화마로부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창밖으로 아들을 던졌다. 결과는 기차간에서 다섯 명이 죽었지만 서른 두 명은 살아남았다. 아들은 죽고 조안은 살았다. “세상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훨씬 나은 일도 있는 것이다.” 조안은 특정 부분만 기억하지 못하는 심인성 기억상실을 앓는다.

조안의 남편 희중은 기차표를 끊어 아내와 아들만 먼저 보냈다. 그도 곧 따라갈 작정이었다. 아들이 죽자 희중은 아이의 신발을 놓고 “아이가 돌아와 생애 첫 신발을 신고, 그 다음엔 한 치수 더 큰 신발을 신고”, “눈앞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 그저 술만 찾는다. 아내에겐 살아 돌아와 “정말로 고맙다”면서 죽은 아기에겐 “정말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섬뜩한 속내도 드러낸다.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나라면 혼자서만 죽지도 않고, 혼자서만 살아남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참척의 슬픔, 아픔, 고통을 다룬 소설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이번 소설은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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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23년 전 희중의 과거까지 끄집어낸다. 어린 희중이 친구들 관심을 끌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 때문에 10대 소녀 살인사건 용의선상에 오른 그의 아버지는 자살한다. 그의 아버지는 진짜 범인이었을까, 아니면 아들 거짓말의 희생양일까. 아버지가 죗값을 치렀다면 희중의 아들은 죽지 않았을까. 세상이 다시 완전해지려면 누군가 꼭 죗값을 치러야만 하는 것일까.

“고작 팔 개월을 살았던 아들이 팔십 년이 지난다고 해도 돌아오지 못할 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헛것이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이랑 같이 살아갈 수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산 사람이 살려면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죽여야 한다는 거지”라며 찌르듯 말하며 부부를 참혹의 극한으로 몰고 간다. 우리는 부부의 숨통 트기를 도울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죽었어도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 기차를 탔다. 대체 세상에, 달라지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소설 속 문장이 상기하듯 소설을 세월호와 따로 생각하긴 어렵다. 소설은 2012년 10월부터 6개월간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연재됐다. 즉, 세월호 사고에 앞서 썼고, 마지막 교정을 보던 시점에 세월호가 터졌다. 김인숙 작가는 책 출간 시점을 출판사에 맡겼고 ‘작가의 말’도 넣지 않았다.

김 작가는 “현실에서 소설과 비슷한 일이 일어나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세월호를 상기할 수 있는 소설일 수도 있는데 슬픔에 대한 위로가 될지 두렵고 송구하다”며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상처 받은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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