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자신도 모르게 왜곡된 정보를 팩트로 믿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 우리가 일상의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은 밤하늘의 별을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조지프 핼리넌 지음·문학동네·2012년) 》  

어린 시절 시골에 놀러갔다가 새까만 밤하늘에 깨알같이 박힌 별들을 보고 경외감을 느낀 적이 있다. ‘도시 촌놈’이다 보니 그렇게 많은 별을 볼 기회가 없었던 터였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검은 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이 쏟아내는 빛은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별자리를 만들어 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머리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보면 두려웠기 때문에 별자리를 만들고 얽힌 이야기도 지어냈을 것이다. 인간은 정리되지 않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보다는 정리되고 통제된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별을 모양과 이름을 붙인 별자리로 해석하듯 우리는 매일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을 나름대로의 편집과정을 거쳐 받아들인다. 뭔가를 읽거나 들을 때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쉽게 버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과장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편집 과정에서는 생략·과장·축소 등 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이런 왜곡 과정은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사실처럼 전달된다. 왜곡된 내용이 말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한번 자리 잡으면 과장이나 축소됐어도 ‘사실’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데 사실이라고 믿을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사회생활에서 듣게 되는 갖은 ‘헛소문’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것이다. 지난 한 주간 내가 전달한 정보 중 과연 몇 퍼센트가 생략·과장·축소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일까. 어디선가 어떤 이들은 나에 대해 얼마나 많은 왜곡된 정보를 주고받고 있을까.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정보#촌놈#도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