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날 ‘방콕’생활, 어르신보다 20대가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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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본 ‘날씨와 소비생활’
20대초반 여성, 추우면 소비활동 ‘뚝’… 네일숍 매출은 비오는날 3배로 껑충
미세먼지 많으면 안경구입 늘고… 추운날엔 와인소비 급격히 줄어

주말에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져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왔다. 뜨끈한 설렁탕 국물이 생각나는 날씨다. 추운 날, 사람들은 뭘 먹고, 뭘 살까.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기상청 날씨데이터와 연계해 서울지역 가맹점에서 소비자들이 카드로 결제한 건수를 분석했다. 해당 계절 평균 기온의 맑은 날을 기준으로 추위, 폭염, 눈과 비, 미세먼지 등이 있던 날의 평균 결제 건수를 비교한 결과 예상과 달리 20대 젊은이들이 노인들보다 추위에 많이 움츠러들었다. 또 추울수록 음식점 판매가 줄어 외식업종에 한파가 몰아쳤다.

외식업종의 경우 보통 날과 비교해 더우면 많이 먹고 추우면 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운 날에 많이 찾는 음식은 역시 냉면이었다. 더운 날 냉면을 사 먹고 결제한 건수는 보통 날의 186%나 됐다. 메밀국수(보통 날의 168%)도 더운 날 인기가 높았다. 반면 한파가 몰아칠 때 냉면은 보통 날의 48%로 급감했다. 그 대신 설렁탕(121%) 부대찌개(118%) 등 따뜻한 국물음식이 많이 팔렸다.

눈 오는 날에는 집 밖 외출을 삼가고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중국집, 피자집 카드결제 건수가 늘었다. 주류(酒類)의 경우 비 오는 날 막걸리 결제 건수는 맑은 날의 142%로 늘어 ‘비 오는 날엔 막걸리에 파전’이란 말이 현실에 반영됐다. 반면 대폿집(49%)과 와인(56%)은 각각 더위와 추위에 급감했다.

쇼핑의 경우 아웃렛의 카드 결제 건수는 더운 날(179%), 추운 날(132%) 모두 크게 늘었다. 백화점과 비교해도 더운 날이나 추운 날에 더 증가했다. 아웃렛의 경우 ‘아이쇼핑’하거나 나들이 삼아 방문하기보다 실제 구매를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 오는 날 네일숍에 가려면 예약부터 해야겠다. 비 오는 날에는 결제 건수가 맑은 날의 304%로 늘었다. 실내활동이 느는 데다 기분전환을 위해 젊은 여성들이 네일숍을 찾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부관리숍은 추울 때(155%)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 바람과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 관리에 관심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화 및 레저 업종에서도 날씨별 결제 건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공연 및 영화 관람은 더위에 317%로 급증해 사람들이 무더위 때 상대적으로 쾌적한 극장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공원은 눈 오는 날, 더운 날, 추운 날의 결제 건수가 평소의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여름·겨울방학과 맞물려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는 가족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외골프장은 눈이 오거나(32%), 추운 날씨(15%)에 급감했다.

연령별로는 날씨가 추우면 노인들의 활동이 줄어들 것 같지만 오히려 젊은층의 활동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날 20∼24세 여성의 카드 결제 건수는 보통 날의 43%로 떨어졌고, 남성은 32.0%로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여성은 75.3%, 남성은 83.2%로 상대적으로 덜 감소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마케팅팀 박창훈 부장은 “날씨와 소비생활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분석한 사례”라며 “날씨에 따라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지 미리 예측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빅데이터#방콕#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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