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치찌개 회식’하는 배구계 현실, 새 협회장 최고 덕목은 ‘재력’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2월 1일 06시 40분


대한배구협회가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공식행보에 나섰다. 11월 5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등록공고를 했다. 선거일은 12월 22일이다. 차기 회장은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한다. 선거인단은 총 23명. 시도지부장 17명과 산하연맹 회장 6명이다. 후보자들은 12월 3일부터 8일까지 후보등록을 해야 한다. 전임 회장이 추천했다고 자청하는 정치인 출신의 공기업 사장과 협회 산하연맹 회장 등이 회장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한다.

그럼 새로운 회장 후보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지금 협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해마다 자기 돈 5억원 이상을 부담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재력이 필요하다. 이종경 대한배구협회 전무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회장은 최소한 자기돈 5억원과 스폰서를 통해 10억원 이상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임 회장도 1년에 10억원의 돈은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내 호주머니는 열지 않고 남의 돈을 끌어다 쓰려고 하는 사람은 회장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협회는 그동안 돈이 없어 갖은 수모를 당했다. 무리해서 구입한 배구회관 때문에 협회는 ‘하우스 푸어’ 상태다. 대표팀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도 뒤풀이로 김치찌개 회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김치찌개 사건’은 그래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협회는 내년에 벌어지는 대회 가운데 성인 여자대표팀에게는 가장 큰 대회인 FIVB(국제배구연맹)주관 월드그랑프리도 돈이 없어 참가를 포기한다고 결정했다. “대회에 참가하면 3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지금 스폰서를 하나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참가할 방법이 없다”고 이 전무는 협회의 암울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새로운 회장은 무엇보다 재력이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성인배구대표팀의 운영과 관련한 회장의 비전이다. 한국배구연맹 소속의 프로선수들을 대부분 차출해서 쓰는 상황에서 대표팀의 운영권을 누가 어떤 식으로 가지느냐가 앞으로 배구협회와 배구연맹의 공조 내지는 협조를 예측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협상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설령 대한배구협회장이 되더라도 연맹과 다른 길을 가야한다. 가시밭 행보 속에서 허우적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협회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다. 선거인단 23명의 표를 얻기 위해 누구와 손을 잡을 수는 있지만 회장이 된 다음에는 그들과의 인연을 모두 끊고 제대로 협회를 운영할 실무진을 두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돈을 벌어올 스포츠마케팅 전문가가 지금 협회에는 필요하다. 회장의 지원금에 기대서 행세만 하려는 사람은 내보내는 것에서 협회의 개혁은 시작돼야 한다. 그동안 배구협회의 문제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회장영입 공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행정을 주무르면서 쌓인 문제가 농축된 것이다.

협회는 이번 기회에 새 회장 후보들이 결정되면 투표일 이전에 후보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널리 알릴 기회를 줘야 한다. 그 자리에는 대의원과 배구인, 언론인도 참석시키고 전문가도 초청해 공약의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사람을 선출해야 대한배구협회의 미래가 보일 것 같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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