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금융권 轉職 지원 프로그램은… 창업 희망땐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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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금융맨들은 지금] “반짝 교육, 불안감 해소못해” 불만도

지난해 A은행에서 희망퇴직한 40대 후반의 김모 씨는 대형 유통업체 관리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제2의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평생 금융권에 몸담았던 김 씨가 다른 업종으로 쉽게 이직할 수 있었던 건 은행이 운영하는 전직지원제도 덕분이었다. 전문 컨설턴트가 배정돼 취업정보 수집부터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 등을 꼼꼼히 도와줬다.

구조조정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는 금융권에서는 재취업이나 창업 등 퇴직을 앞둔 직원들의 인생 이모작 지원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직지원제도가 잘 갖춰진 은행으로는 한국씨티은행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한 650명 중 60% 이상이 전직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해 도움을 받았다. 9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전문 컨설턴트가 배정돼 일대일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재취업을 원하면 경력 목표 설정부터 헤드헌터를 통한 구직 지원, 면접 시뮬레이션 등을 지원하고 창업을 희망하면 업종 선택부터 부동산 계약, 인테리어까지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준다.

외환은행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56세 직원 중 특별퇴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14주간 재취업, 창업을 위한 일대일 개별 컨설팅을 진행하며 제대로 이직 또는 창업했는지 6개월간 사후관리도 해준다. 기업은행도 정년퇴직을 앞둔 55세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재취업 및 창업 컨설팅, 재테크 상담 등을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를 다시 채용해 영업점 검사업무를 하는 시간선택제 관리전담직에 배치한다. 은행에서 시간선택제로 일하면서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도 비슷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B은행은 거래처 네트워크를 활용한 이직 지원을 하다가 성과가 없어 폐지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퇴직 직전 몇 개월 ‘반짝 교육’으로는 실직적인 퇴직 준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구조조정 발판으로 활용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규모가 작은 보험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비용 문제 등으로 기본적인 퇴직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타 업종으로 옮길 수 있는 직무개발이 평소에 안 돼 있기 때문에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또 동일 산업 내에서 이직하려 해도 금융업 전반의 일자리 자체가 축소됐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금융권의 구조조정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최근 맞춤형 고용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금융회사가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훈련비와 인건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200만 원 한도의 전직 훈련비용을 지원해준다.

권 교수는 “이런 대책으로는 구조조정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금융산업은 노하우, 경험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국내 금융회사들이 직무분석 등을 통해 중고령자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무개발 지원, 임금체계 개편 지원 등을 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금융맨#금융권 퇴직#전직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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