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하루가 멀다하고 모텔 공사… 계룡산은 아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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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곳 성업… 대부분 무인모텔… 2년새 21곳 무더기 허가… 주변경관 훼손에 주민들 허탈

국립공원 계룡산 장군봉 일대에 모텔들이 무더기로 들어서면서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주민들은 경관훼손과 조망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공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국립공원 계룡산 장군봉 일대에 모텔들이 무더기로 들어서면서 경관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주민들은 경관훼손과 조망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공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민족의 영산(靈山) 계룡산에 웬 모텔이 이렇게 많습니까? 그 아름답던 장군봉의 모습이 어디로 갔습니까.”(50대 남자 관광객)

“평일에도 모텔을 오가는 차량들로 북적거려 마치 계룡산이 ‘불륜의 소굴’ 같아 보여요.”(계룡산 동학사 입구 상가 주인)

충남 공주시 반포면 국립공원 계룡산 장군봉 산자락이 하루가 멀게 모텔들로 잠식되고 있다. 멋진 경관은 사라진 지 오래고 우후죽순 들어서는 모텔들로 계룡산 이미지까지 망가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립공원 계룡산 동학사로 들어가는 오른쪽 산기슭은 모텔 신축공사로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이미 영업 중인 모텔들은 대낮인데도 네온사인 불빛을 밝히며 손님을 끌고 있었다. 대형 공사차량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오가고 있었다.

장군봉 주변은 197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입지 중 하나로 점찍을 만큼 수려한 경관 등을 자랑한다. ‘장군처럼 위엄이 있고 기운이 센 장군대좌형의 명당이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능선을 모텔들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모텔은 대부분 무인텔. 이 일대에서 성업 중인 모텔은 현재 40여 개에 이른다. 2010년 7건이 신규 허가가 난 뒤 지난해에는 무려 16건이 무더기로 허가를 받았다. 올해에도 5건이 새로 허가가 났다. 대부분 계룡산을 찾는 외지 관광객 숙박 목적이 아닌 이른바 ‘낮 손님’을 받는 게 주 목적이다. 심지어 가족이 함께 가는 교육시설인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정문 앞에도 무인텔들이 영업 중이다.

심신을 편안하게 해 주던 계룡산 장군봉 주변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원래 이 일대는 충남도가 1987년 ‘동학사온천개발지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가족 단위의 레저·휴양시설을 갖추겠다는 목표였다. 환경부도 이 지역을 ‘동학사 제2집단시설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개발 계획이 무산되자 충남도는 권한을 공주시로 이관했다. 환경부도 집단시설지구 조성계획을 포기하고 관리 주체를 2009년 공주시로 넘겼다. 이후 공주시가 2010년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면서 환경부가 당초 지정해놓은 숙박시설 용지를 그대로 인정했고 숙박업소 난개발이 진행된 것이다.

장군봉 아래 학봉리 주민 100여 가구는 공주시에 난개발과 모텔 건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냈지만 공주시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만 늘어놓았다. 공주시의회도 추가 공사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아무 성과를 보지 못했다.

계룡산 인근의 한 주민은 “난개발로 (계룡산이) 몸살을 앓고 주민들이 조망권 침해를 입고 있다. 사실상 공주시가 직무유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비난했다. 다른 주민 이모 씨는 “요즘은 오해받을까 봐 장군봉 근처에도 못 간다”며 “최근에는 무인텔에서 나오는 차량을 사진촬영하고 추적해 협박하는 사건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공주=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계룡산#모텔#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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