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기술명장으로 만들어준 사회에 기술로 보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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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38세 때 ‘최연소 명장’된 원용기씨, 제자 2명에 금형 지도

비즈엔몰드에 취업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는 길현석 씨(왼쪽)와 김일만 씨(가운데)가 국내 최연소 기술명장 원용기 씨(오른쪽)에게서 기계 사용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비즈엔몰드에 취업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는 길현석 씨(왼쪽)와 김일만 씨(가운데)가 국내 최연소 기술명장 원용기 씨(오른쪽)에게서 기계 사용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많은 청년들이 우리 회사에서 일과 학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금형업체 비즈엔몰드 대표인 원용기 씨(41)는 최연소(38세)로 대한민국 기술명장의 영예를 안은 인물. 홀아버지 밑에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감전 사고로 손가락을 다치는 장애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 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원 씨에게 한 금형업체에서 군 복무 대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게 된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 회사 대표는 모든 일에 성실하고 손재주가 좋았던 원 씨를 배려해 기능장 취득을 지원하고, 야간대학과 대학원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각고의 노력 끝에 원 씨는 이 회사에서 17년 6개월을 근무하며 관련 서적을 출간할 정도로 국내 최고의 금형 기술자로 성장했다. 또 기술명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가 펴낸 금형 관련 책은 금형 기술자와 학생들에게 교과서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2008년 원 씨는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회사를 나와 ‘비즈엔몰드’를 창업한 뒤 자신과 같이 어려운 형편에 놓인 학생들을 돕기로 마음먹은 것. 자신처럼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실무와 이론을 두루 갖춰 명장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청년들도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결심했다.

때마침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학생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일학습병행제란 기업 현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하면서 학업도 병행할 수 있는 청년 취업 촉진 제도다. 원 씨는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지원해 어렸을 때의 자신처럼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꿈을 키울 청년 2명을 선발했다. 그는 “회사와 사회의 지원이 없었다면 나도 기술명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명장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청년들의 꿈이 자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올해 6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길현석 씨(27)는 평일에는 원 씨와 함께 일을 하고, 주말에는 폴리텍대에서 국비 지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길 씨는 “비전을 키우려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에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최고의 명장으로부터 기술을 배우면서 학업도 병행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대 대학원(냉동공조 전공)에 다니는 김일만 씨(27) 역시 원 씨의 문하생이다. 그는 학부 시절 현장실습을 나왔다가 원 씨와 인연을 맺고 여태껏 멘토로 모실 만큼 원 씨를 ‘인생의 스승’으로 여긴다. 현재는 원 씨 밑에서 일을 하면서 설계프로그램과 가공 일을 배우고 있다. 김 씨는 “전공은 다르지만 가공 단계에서 유사한 점이 많고, 실무를 많이 배울 수 있어 입사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금형 기술 명장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기술 명장#원용기#비즈엔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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