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의혹 정윤회-역술인 법정 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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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당일 대통령 행적 보도’ 산케이 前지국장 재판 증인채택

‘비선 실세’ 의혹의 주역 정윤회 씨(59)와 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역술인 이모 씨(57)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27일 열린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48)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신청한 정 씨와 이 씨 등 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 씨를 만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이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가토 전 지국장이 참고로 삼았던 칼럼을 쓴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증언할 수 있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혹은 수행비서, 외신 기자의 취재 사정을 대변해줄 주한 일본 특파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일단 최 기자만 증인으로 채택했다. 청와대 측 인사와 특파원은 구체적으로 인물이 특정되면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70분간의 공판준비절차 내내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피고인이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마치 사고 발생일 박 대통령이 정 씨와 함께 있었고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독신녀인 대통령의 남녀관계를 언급한 게 명예훼손인지 가려 달라”며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동거녀에 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지만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임에도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도 없었고, 직접적인 처벌 의사가 있는지 조사도 없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강조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가토 전 지국장은 시종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방청석의 보수단체 회원이 이름을 부르거나 검찰이 명예훼손의 ‘악의성’을 지적할 때는 살짝 웃기도 했다. 그는 “칼럼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을 일본에 전하려고 했을 뿐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미리 준비해 온 진술서를 일본어로 읽었다. 이어 “현대 법치 국가인 한국에서 법과 증거에 따라 엄정히 진행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허위사실 여부 △보도 목적이 공익인지 대통령 비방이었는지 △피해자의 처벌 의사 존재 여부 등으로 쟁점을 정리했다.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리는 1차 공판에서는 가토 전 지국장을 고발한 자유수호청년단 고발인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법정에선 일대 소동도 벌어졌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보수단체 한겨레청년단 회원이 가토 전 지국장을 향해 “가토,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 사과해라, 어디 허위사실을 보도하는 거냐”고 고함을 질러 곧바로 퇴정당했다. 재판을 마친 뒤 가토 전 지국장 측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20분 동안 법정 옆 피고인 대기실에 몸을 피했다가 뒤늦게 나왔지만 그가 타고 온 차량을 기억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량 앞을 막고 계란 10여 개를 던졌다.

앞서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 시작 40분 전인 오전 9시 20분경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측 취재진은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 법원 출입구를 가득 메웠고, 법정 앞은 방청을 기다리는 1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로 북적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 기자
#비선의혹#정윤회#역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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