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엿보기] 신치용·김호철 감독 ‘매의 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6시 40분


신치용 감독-김호철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신치용 감독-김호철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비디오판독 최고의 승자는?

확인절차 걸쳐 각각 9개씩 오심 잡아
여자부선 39세 양철호 감독 가장 예리
12번 신청에 7번 원하는 결과 얻어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졌던 NH농협 2014∼2015 V리그 2라운드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맞대결. 레오와 시몬 두 슈퍼 외국인선수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끈 2라운드 최고의 흥행카드는 3-0으로 삼성화재가 이겼다. 1라운드에서 3-1로 이겼던 OK저축은행의 완패지만 매 세트 20점 이후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이날 승패는 다른 곳에서 갈렸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3차례의 비디오판독을 통해 모두 판정번복을 이뤄냈다. 반면 김세진 감독은 2차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지만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거기서 5점의 차이가 생겼다. 새롭게 도입된 비디오판독기회 확대가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 남자부 비디오판독 어느 감독이 잘 썼나?

한국배구연맹(KOVO)은 매일 경기가 끝나면 비디오판독 결과를 집계한다. 경기판정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서다. 남녀 13개 팀의 비디오판독 요청 횟수와 결과, 판정의 오심여부도 매일 집계한다. 스포츠동아가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번 시즌 각 팀의 비디오판독 성공 실패율과 오심확률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디오판독으로 가장 재미를 본 팀은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우리카드다. 공교롭게도 베테랑 감독들이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의 비디오판독 요청 사인이 나와도 서두르지 않는다. 코칭스태프의 확인절차를 거치고 경기 상황까지 계산해 신청한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신치용 감독은 경기 때 상대 코트만 바라보고 있다. 이미 우리가 할 것은 다 준비가 됐다는 자신감과 순간이라도 상대 팀에서 나오는 흐름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뜻일 수도 있는데 비디오판독 때도 이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여겨볼 팀은 LIG손해보험이다. 1라운드 7번 비디오판독을 신청해 모두 실패했다. 선수와 벤치의 호흡에서 엇박자가 났다. 그 때문인지 2라운드부터는 문용관 감독이 비디오판독 요청에 신중해졌다. 23일까지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감독 2년차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의 비디오판독 성공확률도 높지 않다. 2번 성공했고 실패는 11번이다. 우리카드 강만수 감독도 8번 성공했지만 10번의 실패도 있다.

숫자는 단순하다. 그 속에 담고 있는 깊은 내용은 모르고 겉만 보여주기에 수치만 가지고 감독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감독은 때로 심판의 판정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디오판독을 신청한다. 경기의 흐름을 끊어야 할 때거나 상대가 서브권을 가졌을 때 템포를 끊어서 서브실패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 의도적으로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일부러 다른 장면의 판독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봐도 확실한 결과일 때는 차라리 다른 것을 신청해 요행을 바라기도 한다. 감독의 고민과 판단이 하나 더 늘었다.

● 여자부 감독 가운데 가장 예리한 눈을 가진 감독은?

39세의 젊은 감독의 눈이 가장 좋은 모양이다.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12번 비디오판독을 시청해 원하는 결과를 7번 얻어냈다. 가장 많은 수치다. 양 감독은 5세트 10점 이후에 쓸 수 있는 스페셜 비디오판독에 강하다. 2번이나 중요한 순간에 써서 성공시켰다. 24일 GS칼텍스와의 경기 때는 5세트 14-12에서 폴리의 백어택이 아웃판정을 받자 스페셜 비디오판독을 신청해 결과를 뒤집고 경기를 끝냈다. 상대팀 GS에게는 허무한 순간이었다.

순도로만 보자면 KGC인삼공사 이성희 감독도 뒤지지 않는다. 9번으로 많이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5번을 성공시켰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비디오판독 성공확률이 가장 낮다. 15번 가운데 4번만 성공했다. 그래도 팀은 상위권이다. 비디오판독과 팀의 성적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23일 현재 비디오판독 신청율은 28.9%이고 심판이 처음 내렸던 판정이 맞은 정심 비율은 56%다. 오심 비율은 40.3%. 남자부에서 2차례, 여자부에서 4차례 화면상태가 나쁘거나 원하는 장면이 잡히지 않아 판독불가 판정을 받았다. IBK는 10월 26일 흥국생명 전에서 하필 2차례나 이 경우에 해당됐고 팀은 0-3으로 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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