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대배심과 검찰 시민위원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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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은 대(大)배심과 소(小)배심으로 나뉜다. 대배심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소배심은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 배심제는 영국에서 시작돼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로 퍼져나갔는데 오늘날은 미국에서 가장 발달했다. 대배심으로 말하자면 영국에서는 오래전에 사라지고 미국에만 남아있다.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에게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다시 폭동이 일어났다.

▷대배심은 소배심보다 중요해서 대배심이 아니다.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소배심과는 달리 과반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배심원 숫자가 소배심보다 많아 대배심이다. 브라운 사건의 대배심은 백인 9명, 흑인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흑백 구성만 보면 인종적 편견이 작용할 여지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지만 배심 자체는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것이어서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검사 혼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면 더 심각한 폭동이 일어났을 수 있다. 그나마 대배심 결정이라 이만한 정도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배심은 없지만 검찰은 기소 여부 결정에 논란이 예상될 경우 대배심처럼 구성된 시민위원회에 의견을 묻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여고생한테 들키는 바람에 붙잡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에 대해 최근 검찰이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치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기소유예했다.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한 덕분에 비판의 강도가 덜하다.

▷배심은 사법절차에 민주성을 강화한다. 우리나라 법원은 2008년 국민참여재판, 검찰은 2010년 시민위원회를 도입했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이든 시민위원회든 그 결정이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소배심과 대배심에 이르지는 못한다. 시민위원회는 검사 요청이 있을 때만 열린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법원과 검찰은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소배심과 대배심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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