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아파트 난립하던 서울, 도시 재해석해 차츰 나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삼성미술관 리움-서울대미술관 설계… 세계적 건축가 콜하스 하버드대 교수

“서울의 가장 싫은 점이 뭐냐고? 나는 ‘뭘 싫어하느냐’는 질문과 ‘가장’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대상에 대한 인식은 시시각각 변한다. 오늘 ‘가장 싫은’ 것이 내일도 그럴지, 장담할 수 있나?”

어설픈 질문에는 아프도록 따끔한 지적을 버무린 답이 돌아왔다.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 건축가인 렘 콜하스 미국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교수(70·사진).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4’ 강연자로 참석한 그를 만났다. 2000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콜하스는 2005년 완공된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대미술관 설계를 통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조민석 씨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을 받은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이기도 했다.

“서울에 온 건 이번이 50 하고 몇 번째다. 올 때마다 성장 불가능한 환경에서 성장한 도시임을 확인한다. 도심을 둘러싼 산길을 걷다 보면 공간이 산자락을 타고 번져나간 다양한 맥락이 읽혀 흥미롭다. 20여 년 전 처음 봤을 때는 획일적 모양새의 아파트가 난립해 염려스러웠는데 이제 차츰 나아지는 듯하다.”

―이곳 DDP는 당신이 1975년 세운 건축설계사무소 OMA에 근무했던 자하 하디드(영국)가 설계했다. 제자의 디자인을 둘러보니 어떤가.

“나는 절대 다른 이의 설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가지는 틀림없다. 지금 같은 시기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빚어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저서 ‘S, M, L, XL’(1995년) 등을 통해 당신은 여러 번 대도시 속 건축의 규모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사무소 이름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대도시건축사무소)’에서 보듯 당신의 건축은 처음부터 도시건축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지금도 그 고민은 유효한가.

“영국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기자였다. 눈앞에 일어나는 상황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1978년 첫 책 ‘정신착란의 뉴욕’에서 바라본 대도시는 범죄와 혼란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대도시는 건축가에게 그때와 달라진 과제를 수없이 던진다. 나는 아시아에 이렇게 많은 대도시가 나타날 줄 몰랐다.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의 도시를 재해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세계 각지의 건축 아이디어가 경계를 허물고 엮이며 기발한 답을 내놓고 있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 시나리오도 썼다. 20대로 돌아간다면 다시 건축의 길을 선택할 텐가.

“영화는 주어진 여러 요소의 연결점을 만들면서 하나의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작업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이미지 언어와 텍스트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다. 쏟아지는 정보를 피동적으로 흡수하지 않고 늘 비평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기자 경험은 내 건축에 큰 도움이 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콜하스#하버드대#리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