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차원이 다른 올레드TV, LG전자 ‘게임의 룰’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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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55형 곡면 올레드 TV(모델명 55EC9300)가 9월 말 국내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서며 올레드 TV 대중화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55형 LCD TV가 월 1000∼2000대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레드 TV가 기술 과시 제품이 아닌 대중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LG전자는 9월 말 곡면 올레드 TV를 399만 원에 출시했다. 지난해 초 1500만 원에 내놓은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다. 패널 수율 향상 등으로 가격이 현실화되면서 판매량이 20배 이상 급증했다. 올레드 TV를 구매하고 싶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던 소비자의 구매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  
R&D 투자 확대로 ‘시장 선점’

LG전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올레드 TV 시장이 형성되고, 점진적으로 LED TV를 대체하는 디스플레이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올레드 TV의 생산, 연구개발(R&D),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북미, 중남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 올레드 TV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북미의 멕시코(레이노사), 중남미의 브라질(마나우스), 유럽의 폴란드(브로츠와프), 아시아의 중국(난징), 태국(라용) 등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올레드 TV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을 양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000억 원을 투자해 증설한 8세대(2200×2500mm) 올레드 패널 생산라인(M2)을 가동하는 등 생산능력도 확보했다.

수율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LCD는 황금수율(Golden Yield)을 달성하기까지 7, 8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올레드는 현재의 생산기술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LCD보다 시간이 50%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Game Changer는 올레드 TV뿐

올레드 TV는 색 재현율, 명암비, 시야각 등에서 우수해 2, 3년 내 LCD를 대체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프리미엄 TV인 ‘울트라 올레드 TV’로 차세대 TV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8월 울트라 올레드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울트라 HD를 넘어 올레드 TV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했다. 울트라 올레드 TV는 최고의 디스플레이와 최상의 해상도를 결합한 TV 기술의 집약체이다.

LG 울트라 올레드 TV는 독자적인 WRGB 방식의 울트라 HD 해상도로 3300만 개의 서브 화소가 마치 실물을 보는 듯한 생생한 화질을 제공한다. 자체 발광 소자 특성상 무한대의 명암비가 구현돼 완벽한 블랙 색상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어두운 영역부터 밝은 영역까지 세밀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또 빠른 응답 속도로 잔상 없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재현한다.



LG 고유 기술 WRGB로 시장 주도

LG 올레드 TV는 기존 RGB 방식보다 진일보한 LG 고유 기술인 WRGB 방식을 적용했다. LG전자는 2009년 RGB 방식의 15인치 올레드 TV를 출시했으나 화질, 시야각, 발열, 생산 효율성 등을 고려해 WRGB 방식 대형 올레드 TV 개발에 집중해왔다.

결국 RGB 방식 대비 밝고 화려한 색상 구현은 물론이고 시야각에 따른 화질 저하 현상이 현저하게 적은 제품을 개발했다. WRGB 방식은 상대적으로 발열이 낮고 생산 효율성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흰색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RGB 픽셀을 한꺼번에 모두 켜야 하는 RGB 방식과 달리 화이트(White) 픽셀이 추가된 WRGB 방식은 흰색을 직접 구현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고 제품 수명이 길다.

TV기술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1927년 미국의 필로 판즈워스가 최초의 브라운관(CRT) TV를 개발하며 TV 역사가 시작됐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66년 최초의 국산 TV를 출시했으나 기술력은 미국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TV 시장에서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던 일본 TV업체들은 1983년 세이코 엡손이 LCD TV를, 1992년 후지쓰가 PDP TV를 각각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2세대 평판TV 시장을 열었다.

국내 TV업체들도 2000년대 들어 평판TV 시장에서 대형화, 슬림화 바람을 주도하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LED TV 출시 경쟁, 3D TV 기술력 경쟁 등을 통해 세계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시장을 석권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한 점유율 상승에 만족하던 국내 TV업계는 LG전자가 3세대 TV인 올레드 TV를 선보인 것을 계기로 ‘선도자(First Mover)’로 탈바꿈했다. 전자식 TV가 등장한 지 86년, 2세대 시장이 열린 지 30년 만의 쾌거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TV업체들은 올레드 TV 출시에 적극적이다. 이미 스카이워스, TCL, 창홍 등 주요 중국 업체는 올레드 TV를 중국 시장에 내놓고 올레드 TV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반면 경쟁자인 삼성전자는 올레드 TV 시장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LG전자와 2년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레드 TV 통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

LG전자의 세계 최초 올레드 TV 출시는 그동안 TV 시장을 주름 잡으면서도 ‘후발주자’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따돌리고 드디어 차세대 TV의 종주국 위치에 올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현재 시장의 주류인 LCD TV를 대체할 올레드 TV의 복잡한 양산 문제를 해결한 LG 고유의 WRGB 방식을 통해 향후 국가의 미래 먹거리 리스트에 ‘차세대 올레드 TV’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올레드TV를 향한 해외의 찬사 ▼

올레드TV를 말한다- 특별기고

소 현 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소 현 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장
2013년 1월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55형 올레드 TV를 출시하자 새로운 기술과 디바이스에 세상의 이목이 쏠렸다. 유수의 매체들이 블랙 표현, 무한 명암비, 시야각, 응답속도, 색 재현력 등 TV의 본질인 화질 우위성을 결정짓는 항목에서 LCD TV 대비 월등하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LG전자가 77형 울트라 올레드 TV를 공개하자 찬사가 잇따랐다. CES 최고 혁신상을 비롯해 미국 전문매체인 리뷰드닷컴과 디지털트렌드로부터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 ‘베스트 오브 CES 2014’ 등을 받았다.

디지털트렌드의 AV에디터인 케일럽 데니슨은 “LG의 77형 곡면 올레드 TV는 TV의 한계를 넘어 미래의 창을 여는 것과 같은, 그동안의 TV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TV”라고 평가했다.

55형 곡면 올레드 TV는 2013년 레드닷 어워드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IDEA, 굿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적인 디자인 상을 휩쓸었다.

9월 300만 원대 올레드 TV를 출시하자 시장성까지 갖춘 올레드 TV에 대한 해외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저명 IT 리뷰 매체 시넷(CNet)은 LG전자 55형 올레드 TV를 테스트한 결과, “LG가 올레드 TV 리더임을 확고히 했다”며 “역대 최고의 TV”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온라인 IT 전문매체인 레뉘메리크는 “전문가들이 ‘메시아의 출현’이라며 기대하던 올레드 TV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라고 극찬하며 별 5개 만점을 부여했다.  
▼ 올레드 TV로 차세대 TV 시장 선점, 미래 성장동력 확보 ▼

올레드TV를 말한다- 특별기고


올 3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중국 업체들은 약진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분기 LCD TV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삼성전자 26.6%, LG전자 14.7%, 소니 7.8%, 하이센스 6.5%, TCL 5.0% 순으로 집계됐다. 2분기 대비 삼성전자는 4.2%포인트, LG전자는 0.8%포인트, 소니는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중국 하이센스와 TCL은 각각 1.1%포인트 올랐다.

스마트폰 시장에 이어 TV 시장에서도 중국발 돌풍이 불고 있다. LCD 기술 도입기(2000∼2005년)에는 주로 일본이 주도했지만 성장기(2006∼2010년)에는 적극적인 투자와 표준화, 범용화에 적응한 한국 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성숙기(2011년∼현재)에 접어들고 기술 보편화가 진행되면서 저가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기술 범용화는 LCD TV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LED, UHD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LCD를 기반으로 하는 태생적 한계 탓에 경쟁 우위를 갖기 쉽지 않다.

LCD의 색 재현 기술을 개선한 퀀텀닷 TV도 마찬가지다. 퀀텀닷 TV는 LCD TV에 퀀텀닷 필름을 붙인 TV로 LED TV처럼 부품, 소재를 추가한 LCD TV 파생제품의 하나다. 퀀텀닷 TV는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범용화해 2013년 IFA 때 선보인 바 있다.

국내 업체가 LCD사업에 뛰어든 지 20년이 지났다. 국내 TV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과감한 제품 개발로 세계 TV 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LCD 기술은 한국 대비 90% 수준으로 2년 후에는 격차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범용화한 LCD 기술보다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올레드 TV로 승부해야 한다.

올레드 TV는 브라운관(CRT), PDP, LCD에 이어 차세대 TV 시대를 이끌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LCD TV에서 파생한 LED TV, 퀀텀닷 TV 같은 과도기 제품이 아닌 새 디바이스를 적용한 올레드 TV야말로 LCD TV에 이어 새로운 TV 시대의 ‘주류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레드 TV 시대를 위한 선결 과제도 있다. 올레드가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화질, 시야각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나지만 LCD TV 판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2, 3년 내에 높은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올레드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올레드 TV는 향후 20년 TV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차세대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다. LCD 기술은 더 이상 진보하기 어렵지만 올레드 기술은 무궁무진하다. 올레드 TV에 도전해야 TV 시장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올레드TV#LG전자#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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