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로 ‘돈잔치’ 벌인 정치권, 예산법안에 경고그림까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6시 55분


예산부수법안에 끼워 넣은 ‘꼼수 입법’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국가 효과 미지수


올해는 ‘뜨거운 감자’였던 이슈가 유달리 많았다. 그 중 흡연자들의 속을 쓰리게 만든 뉴스는 서민증세 논란으로 각종 미디어와 SNS를 달군 담뱃세 인상 소식이었다.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담뱃세 인상분을 포함해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담뱃세에 손을 대는 진짜 목적이 ‘증세’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정부는 9월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고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국회로 넘기면서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음을 명시했다.

문제는 올해부터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개정안이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지정되고, 기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는 점이다. 이에 예산과는 전혀 무관한 경고그림 도입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끼워 넣은 것이 ‘꼼수입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쟁점이 되는 안건에 대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이 이처럼 공론화하기 곤란한 사안을 예산 부수법안에 끼워 넣는 ‘우회 입법’의 통로가 된다면, 자칫 국회선진화법의 악용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안의 경우 앞서 도입한 국가들에서 도입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히려 임산부나 어린이 등 불특정 다수가 자극적인 혐오사진을 접하게 되는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실제로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나라들의 흡연율 변화추이를 보면, 도입 후 금연 효과가 있다고 추론하기 어렵다. 국내 보건당국에서 대표적인 경고그림 도입 사례로 인용하는 캐나다의 경우에도 경고그림을 도입한 2001년부터 2008년 사이 흡연율이 22%에서 18%로 4%p 줄어든 데 비해, 같은 기간 경고그림이 없던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30%에서 22%로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연간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담뱃세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까지 세수확보 경쟁을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자체는 “중앙정부는 담뱃세에 손대지 말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지방세인 ‘소방안전세’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다. 담뱃세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민건강’이 끼어들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담배 한 갑에 무려 2000원의 세금을 인상하는 법률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도 40일 이상으로 규정된 국민들의 의견개진 기간을 단 4일(휴일 제외 2일)로 한정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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