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밤만 되면 찾아오는 中어선들… 도저히 못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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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서해5도 어민들이 12일 인천시청 앞에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규탄하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수산회 부설 수산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조업으로 인한 한국 어민들의연간 평균 손실액은 1조3500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옹진군 제공
서해5도 어민들이 12일 인천시청 앞에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규탄하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국수산회 부설 수산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조업으로 인한 한국 어민들의연간 평균 손실액은 1조3500억여 원으로 추산됐다. 옹진군 제공
황금천 사회부 기자
황금천 사회부 기자
올가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애를 태우던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어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30일이면 하반기 조업이 끝나 막바지 그물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생업을 내팽개친 채 어선을 몰고 서울에서 집단시위에 나서게 된 것이다.

25일 옹진군에 따르면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어민들은 26일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 촉구를 위한 해상 상경시위’를 할 예정이다. 이들 섬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100여 척의 배에 나눠 타고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여의도까지 올라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중국어선은 상반기까지 주로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밤이 되면 일부가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넘어와 불법조업에 나섰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는 게 옹진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구조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 해체가 결정되면서 단속이 느슨해지자 9월부터 중국어선 1000여 척이 선단을 이뤄 이들 섬 앞바다에서 버젓이 불법조업을 자행하고 있다.

중국어선은 불법조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 어민이 설치해 놓은 통발과 그물 등 어구까지 마구 훔쳐가 6월부터 발생한 피해액이 10억여 원에 이른다. 어구를 빼앗기면서 조업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까지 합치면 2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불법조업에 나선 중국어선 가운데는 쌍끌이 어선이 많아 이 어선들이 바다 밑바닥까지 뒤집어 놔 내년에 어족자원 고갈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

어민들은 12일 인천시청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규탄 집회를 연 데 이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단속방안 마련 등 7개 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중국어선의 우리 해역 진입금지 및 불법조업 방지시설 구축과 해경 경비함 증강, 건조된 지 37년이 지난 어업지도선 교체, 서해5도 조업구역 확대, 야간조업 허용, 피해 보상 등이다.

이에 따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의 3000t급 대형 경비함과 헬기, 특공대로 구성된 기동전단을 투입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인 대응 역량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지도선, 대형 경비함을 보강하고, 중국어선의 허가 여부를 먼 거리에서도 식별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감시시스템을 2017년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어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중국어선 단속 강화 방침에는 환영했지만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한 대책이 빠지자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곽윤직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매년 재발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차단할 외교적인 노력을 포함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의 요구사항 중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단체행동을 막기 위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접적 지역인 서해5도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의회는 이날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중국어선이 우리 어민이 설치한 어구를 훼손하거나 절취하고,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등 불법조업의 행태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불법조업을 단속할 경비 인력을 증강하고, 어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대책과 경제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황금천 사회부 기자 kchwang@donga.com
#중국 어선#서해#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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