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수들 보는데 6시간 운전쯤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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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캠프 열혈 여성팬 데시마 가나씨
2007년부터 마무리 훈련장 단골… 시즌 땐 매달 한국 가서 경기 관전

두산의 마무리 캠프 현장을 찾은 일본인 열혈 팬 데시마 가나 씨(왼쪽)와 두산의 불펜 포수 김준수.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산의 마무리 캠프 현장을 찾은 일본인 열혈 팬 데시마 가나 씨(왼쪽)와 두산의 불펜 포수 김준수.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남자 친구요? 두산 선수들이 떠나고 없을 때 만나면 돼요.”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24일 일본 미야자키 현 사이토 시 사이토 구장. 조그만 동작이라도 놓칠세라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데시마 가나 씨(29)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황금연휴인 22∼24일(24일은 일본 근로자의 날)을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보냈다. 경기도 아닌 훈련이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그는 “선수들의 표정, 장난치는 모습, 힘들어하는 얼굴 등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데시마 씨는 두산 선수들과 직원들이 다 아는 유명한 두산 팬이다. 두산의 마무리 캠프가 열린 11월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타났다. 두산 선수들을 본다는 즐거움에 왕복 6시간의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두산에 푹 빠지게 된 건 2007년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다. 어릴 때부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팬이었던 데시마 씨는 당시 소프트뱅크 선수들을 보러 미야자키에 왔다가 교육리그에 참가했던 두산 선수들을 만났다. 그는 “당시 한국말을 전혀 못할 때였는데 선수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줬다. 첫 만남부터 두산에 푹 빠지게 됐다”고 했다.

데시마 씨는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한국을 찾아 두산 경기를 관전한다. 서울 잠실 경기는 물론이고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도 찾는다. 2군 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 이천구장도 간다. 그는 “시범경기부터 치면 1년에 20경기 정도는 직접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한국말도 배우게 됐다. 이제는 소프트뱅크보다 두산을 더 응원한다. 데시마 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 때도 한국을 응원했다”고 했다. 이유는 한국 팀에 두산 선수 김현수, 이종욱, 고영민 등이 있었고, 두산 감독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NC)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두산의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는 26일 끝난다. ‘두산 선수들이 떠나게 돼서 아쉽겠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곰들의 모임 환담회가 열려요. 어차피 그날 한국에 갈 거니까 괜찮아요.”

미야자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산#일본 캠프#미야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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