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은 약소국 무기”라는 靑교육문화수석 사퇴가 옳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2005년 저서 ‘차이를 넘어서―탈식민시대의 미국문화 읽기’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열강에 에워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민족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썼다. “9·11사태가 폭력적인 미국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 분석은 마치 이슬람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논리를 옮긴 것 같다.

미국의 주류 문화와 시각을 비판하는 포스트모던주의 교수의 저술로는 손색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나 반미주의자와 다름없는 주장을 하는 인물이 청와대에서 국정의 중추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대의 결혼제도까지도 ‘불평등한 남녀 관계를 조장하는 식민적 노예제도’라고 지적하는 등 19세기 레닌식 제국주의-식민지 프레임을 가진 교육문화수석에게 우리나라 교육과 문화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겨도 되는지도 의문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하태경 김종훈 이노근 의원이 “북한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옹호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에서나 펼칠 수 있는 논리”라고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김 수석은 “10년 전 미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당시 일부 학계의 이론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떳떳하지 못하다.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인용문에는 출처를 밝히는 각주(脚注)를 달아야 한다는 연구윤리를 위반했다. 문제가 되는 그의 책 70, 71쪽 어디에도 각주는 찾아볼 수 없다. 몇 마디 변명으로 학자로서의 소신을 뒤집는다면 기회주의적 처신이다. 이런 점도 걸러내지 못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개탄스럽다.

청와대는 김 수석을 누가 추천했는지, 어떻게 검증을 통과했는지 소상하게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 수석 같은 사람의 정책 보좌를 받으면서 대통령이 어떻게 미국과 북핵 외교를 하고 북한에 핵 폐기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가 그의 교체를 어물어물했다가는 인사 실수를 감추려는 우스운 꼴밖에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수석비서관의 사상까지 걱정해야 한다니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북핵#김상률#교육문화수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