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 경비원들 해고사태 부른 최저임금제의 역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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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직은 정년퇴직한 이들이 다시 일할 수 있는 ‘생애 마지막 직장’으로 불린다. 여기서 관두면 다른 일자리를 얻기 힘든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내년부터 경비원을 비롯한 감시·단속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100%를 주도록 한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만 이들은 반갑지 않다. 현재 최저임금의 90%인 시급 4689원으로 쳐서 월평균 임금이 120만 원 정도인데 내년에 5580원으로 올라가면 관리비도 오른다며 아파트마다 ‘해고 한파’가 불어서다. 2011년 말 최저임금 적용률이 80%에서 90%로 높아질 때도 경비원 10% 이상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제도가 되레 해고를 부르는 최저임금제의 역설이다.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제 ‘경비·시설관리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로 끝날 예정이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해 1인당 월 6만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부가 확보한 내년 예산은 23억 원 정도여서 3000여 명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전국 25만 명의 경비근로자 가운데 해고 가능성이 높은 60대 이상 근로자가 5만 명이 넘는다.

고용부의 대책 발표가 있던 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는 경비원과 청소근로자 106명에게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최근 입주민의 모욕적 언행에 경비원이 분신자살한 사건 때문에 아예 경비용역업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파트단지와 경비용역업체마다 인건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경비·시설관리 근로자들이 부당한 고용조정을 당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지만 이미 해고된 사람에게 무슨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좁은 경비실에서 24시간 격일로 일하고 요즘엔 낙엽을 치우느라 쉴 틈이 없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한국 사회의 대우는 차갑기 그지없다. 전국의 아파트 906만 가구가 관리비를 커피 한잔 값인 월 5000원씩 더 내면 경비원 월 급여를 20만 원쯤 올려줄 수 있다고 한다. 모두가 살기 팍팍한 세상, 법과 정부 대책을 따지기 전에 이웃과 더불어 지낸다는 따뜻한 마음이 아쉽다.
#경비원#해고#최저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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