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V리그는 세계 여자배구 사관학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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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니콜-현대건설 폴리(오른쪽).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 니콜-현대건설 폴리(오른쪽).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 공격점유율 높아 다양한 경험
국내 3년차 니콜은 美국대 최고 실력 쌓아
아제르바이잔 협회도 폴리 학습효과 주문
시몬·루크 등 동료와 융화하며 적응력 키워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의 특징은 ‘예측불허’라는 것이다. 팀간 전력차도 크지 않지만 모든 경기가 세트마다 요동을 쳐 경기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어느 구단 사무국장의 말처럼 모든 팀들이 세트마다 작두를 타고 있다. ‘작두 배구’ 덕분에 보는 팬들은 즐겁지만 감독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 왜 여자부 경기는 결과가 자주 나올까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요즘은 경기준비는 준비일 뿐 세트예측도 못 하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19일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현대건설은 3세트를 25-8로 내줬다. 그런데 다음 세트는 또 25-11로 이겼다. 진 IBK이정철 감독도 “이런 배구는 처음 한다”고 말했다. 3세트 도중 양 감독은 점수차가 벌어지자 선수교체를 해가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하려고 했다. 화가 치솟은 양 감독은 4세트를 앞두고 한마디를 했다. “너희들 여기 경기하러 왔냐?”는 말에 선수들은 눈도 못 마주치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이후 눈빛이 달라졌고 결국 3-2로 역전승했다.

배구는 멘탈과 흐름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달라지는 예민한 경기인데 요즘은 특히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감독들은 쉽게 상처받고 분위기에 흔들리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는 노하우를 잘 찾아내야 강팀과 좋은 감독의 조건이 될 수 있다.

● V리그의 ‘몰빵 배구’를 어떻게 보나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의 실무자가 내년 4월 실시예정인 여자부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미국을 돌며 V리그를 알리는 로드쇼를 했다. 미국 미국대학체육협회(NCAA)의 배구 명문팀을 찾아다니며 유망주들에게 트라이아웃 참가를 권유했다. 자국에 프로배구 리그가 없어 푸에르토리코나 유럽리그 등을 알아봐야 하는 미국 여자선수들에게는 큰 기회지만 V리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고 했다. 선수의 혹사문제였다. 한국에 가면 40∼50%의 점유율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물론 부정적인 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공사에서 3시즌 째 활약하는 니콜은 V리그에서 배구를 한 덕분에 현재 미국국가대표 가운데 가장 2단볼을 잘 때리고 페인트를 잘하는 선수가 됐다. 니콜은 “V리그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2단볼을 때리고 공격이 집중되다보니 나쁜 공을 때리는 능력과 힘 조절의 요령이 생겼다”고 했다. 현대건설의 폴리도 아제르바이잔배구협회에서 한국행을 결정할 때 당부한 것이 바로 이 능력을 배워서 오라는 것이었다.

● 동료를 감싸는 외국인선수, 외면하는 선수

요즘 V리그에서 잘나가는 팀을 보면 외국인선수들의 역할이 눈에 띈다. 공격에서 높은 점유율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경기 외적인 면에서 팀과 얼마나 잘 섞이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시몬은 팀이 위기상황일 때마다 큰형님처럼 나서서 동료들을 격려하고 배려한다. 나쁜 토스가 와서 점수를 내지 못했을 때도 자신이 먼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팀의 분위기가 한층 좋아지고 있다. 삼성화재 레오도 먼저 동료들을 격려하고 집중을 외친다. 흥국생명의 루크는 세터 조송화의 토스가 아무리 나빠도 먼저 다가가서 “괜찮다. 내가 잘못했다”면서 사기를 올린다. 니콜은 팀 분위기가 나쁠 때 모든 선수들에게 회식까지 시켜주며 분위기를 바꿔주는 리더의 역할도 한다. 서남원 감독은 이런 니콜을 보고 “한국선수 다 됐다”고 했다. 현대건설 폴리도 마찬가지. 지난 11월 11일에는 ‘빼빼로’ 과자를 사서 전 선수에게 나눠줬다. 커피도 자주 사는 편이다. 아제르바이잔 리그 때도 항상 경기 전에는 선수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폴리는 “팀이 있어서 내가 있는 것이다. 내 정성으로 팀이 좋아진다면 언제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어느 팀의 외국인 공격수는 자신에게 오는 토스가 나쁘면 세터의 얼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세터가 넘어져 있어도 외면하고 제자리로 가는데 이 때문에 감독의 고민이 많다. 현대캐피탈의 아가메즈가 중도 퇴출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부상보다는 융화의 문제였다.

● 삼성화재 선두 복귀…박철우 공백 있었지만

삼성화재가 사흘 만에 다시 선두에 복귀했다.

삼성화재는 2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V리그 남자부 LIG손해보험과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 20-25 29-27 25-22)로 이겼다. 6연승을 달리며 8승(2패)째를 따낸 삼성화재는 승점 24를 기록하며 OK저축은행(승점22·8승2패)을 제치고 선두에 복귀했다. LIG는 OK저축은행(22일)에 이어 삼성화재전을 내주며 6위(승점10)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삼성화재는 이날 군 입대를 앞둔 라이트 박철우 없이 첫 경기를 치렀다. ‘프로 2년차’ 김명진이 중책을 맡았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거듭 “침착하라. 적극적으로 경기를 하라”고 조언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에드가와 김요한을 각각 4점과 3점으로 막은 1세트를 손쉽게 가져갔다. 하지만 2세트부터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블로킹에서 1-4로 뒤졌고, 상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렸다. 공격성공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3세트 듀스 상황에서 레오의 후위공격과 상대의 서브 범실을 묶어 29-27로 가져가며 승부의 추를 가져갔다. 4세트에선 김명진이 김요한의 후위공격을 막아내며 22-19로 벌렸고, 지태환의 속공과 레오의 오픈 공격이 성공하면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레오는 양 팀 최다인 48득점(공격성공률 58.97%)을 기록했다. 하지만 쌍포 박철우가 빠지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더하게 됐다. 김명진은 9득점-공격성공률 50%를 기록하며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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