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ASEAN 특별정상회의]신뢰와 행복 쌓는 7억 네트워크, 풍요를 향해 손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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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 국내개최 첫 다자 서밋… 12월 11,12일 부산에서 개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이 한국으로 몰려온다. 다음 달 11, 12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다. 아시아의 잠룡들을 끌어안기 위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첫 다자 정상회의다. 박 대통령은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잘될 것”이라며 기대감과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신뢰 구축, 행복 구현(Building Trust, Bringing Happiness)’이다. 아세안과의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구상이 담겨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박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유엔 총회를 시작으로 강행군을 펼친 다자외교의 ‘화룡점정(畵龍點睛·가장 중요한 부분의 완성)’에 해당한다.

왜 아세안인가

한국과 아세안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이지만 1차 한-아세안 정상회의는 1997년에야 성사됐다. 한국과 아세안은 자유무역협정(FTA) 상품협정 체결(2006년)에 이어 서비스협정 체결(2007년) 등을 통해 점차 협력 수위를 높여갔다.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20주년을 맞은 2009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투자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한-아세안 FTA를 완성했다.

올해 특별정상회의는 2009년에 이어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아세안과 특별정상회의를 다시 개최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은 2003년에 이어 10년 만인 지난해 특별정상회의를 열었다. 한국과 아세안이 그만큼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동남아 국민 비자 간소화 △한-아세안 비즈니스 협의회 출범 및 상설화 △교역액 목표치 확대(2020년까지 2000억 달러 달성)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아세안과 본격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아세안은 내년 말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분야별 공동체를 창설한다. 올해 특별정상회의가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이 주목하는 대목은 아세안 경제공동체다. 인구 6억3700만 명, 국내총생산(GDP) 2조4000억 달러(약 2670조 원)의 단일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출범하면 인구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의 시장이 된다. 특히 아세안 인구의 60%가 35세 이하다. 중산층 인구는 10년 새 2배로 늘었다. 내수시장 확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아세안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4.6% △2012년 5.3% △지난해 5.5%로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세안은 1970년대 중동처럼 침체 국면인 한국 경제를 새롭게 일으킬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세안에 개발수요가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에 새로운 활로인 셈이다.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아세안과 한국의 교역액은 1353억 달러(약 150조 원)에 이른다. 한국의 제2 교역대상이다. 해외투자 대상지역으로도, 건설 수주시장으로도 2위 지역이다. 아세안에서도 한국은 5위 교역대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협력 파트너라는 상부상조의 관계가 되고 있다.

북한도 공들이는 아세안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모두 북한과 동시 수교를 맺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한 국제공조 대상에서 아세안은 빼놓을 수 없는 협력 파트너인 것이다. 현재 아세안 일부 국가들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18일 채택된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3개국은 반대했다.

우군이 거의 없는 북한은 아세안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1년 7월 ‘조선이 아세안 주재 대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에서 “우리 공화국(북한)은 오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에 언제나 깊은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이번 조치(대사 파견)는 우리나라와 아세안 사이의 상호 신뢰와 호혜 협조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나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도 눈독을 들이는 아세안을 한국이 적극 끌어안아 동반자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이번 특별정상회의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실현하려면 동아시아 역내 지역협의체를 주도하는 아세안의 지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아는 물론 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긴요하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회원국과 모두 개별 정상회담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정치·안보 관점에서도 아세안의 중요성이 큰 만큼 박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 기간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모두 개별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특히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10개국 정상 가운데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유일한 국왕(나머지는 대통령 또는 총리)이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공식방문이다. 이들은 서울에서 박 대통령과 별도의 정상회담과 오·만찬 행사를 연 뒤 부산으로 향한다.

10명의 정상과 이들의 수행원, 각국 주요 기업체 대표 등 부산을 찾는 인원은 3500여 명. 부산발전연구원은 특별정상회의의 생산 유발 효과가 465억26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두 번째 다자 정상회의를 열면서 국제도시로 이름을 각인시킬 기회를 잡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특별정상회의 개최 교섭 단계부터 박 대통령은 개최 도시로 부산을 낙점했다”고 말했다.

아세안과의 문화 교류 물꼬 터

다음 달 11일 양자회담과 환영만찬, 문화공연이 예정돼 있다. 12일에는 특별정상회의가 열린다. 정상회의 1세션은 ‘한-아세안 협력관계 평가 및 미래방향 협의’로 한국 기업의 아세안 진출과 인적 교류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2세션에선 기후변화나 재난대처 등 국제안보이슈를 다룬다. 한-아세안 협력 전반에 관한 의장성명과 향후 25년의 한-아세안 관계를 담은 비전을 채택한다.

아세안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의 주요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국과 아세안 간 방문객 수는 600만 명. 한국 국민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 바로 아세안 회원국이다. 하지만 문화 교류는 거의 없었다. 정부는 이번 특별정상회의가 아세안과의 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아세안 영화제’가 열린다.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작품을 출품한 영화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27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아세안 10개국의 주요 랜드마크를 상징화한 조형물이 전시된다. 다음 달 3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한-아세안 청년포럼도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한-아세안 센터(aseankore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다음 달 10∼13일 열리는 ‘아세안으로 가는 길’ 행사에선 아세안의 일상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신뢰 외교’가 아세안 잠룡들과 함께 비상(飛上)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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