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광현]세월호, 인양만큼은 전문가들 역량을 총결집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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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전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대책본부 잠수안전 지원단장
조광현 전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대책본부 잠수안전 지원단장
해양수산부가 어제 세월호 인양 가능성을 타진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세월호의 실종자 수색에서는 역량 부족과 기본절차 미준수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드러냈지만, 세월호 인양은 돌발사태가 아닌 예측 가능한 계획사업인 만큼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세월호 인양 TF가 객관적 입장에서 인양현장 여건과 기술적 검토를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다.

선체 인양 작업은 여러 분야의 해양 기술과 공법이 집약돼야 하고 초대형 해양 중장비들이 투입돼야만 할 수 있는 대역사라 할 수 있다. 선체 인양은 실종자 수색작업보다 기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고난도이고 위험도가 높다. 위험도가 높다는 건 잠수사들의 수중 중노동이 실종자를 수색할 때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하다는 얘기다. 초대형 장비를 동원해야 해 돌발변수도 생길 수 있으며 장기간이 소요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이런 이유로 세월호 인양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세월호 선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 선체 침몰 이후 실종자 수색에 전 역량이 집중돼 인양의 ‘인’자도 꺼낼 수 없는 분위기에서 인양에 필요한 사전조사 자료를 거의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점은 세월호는 유독 극복할 장애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7개월간 세월호 수색 작업에 참여하면서 필자가 현장에서 경험한 인양의 장애요소들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맹골수도의 험난한 수중환경과 잦은 풍랑. 둘째 내부 구조물이 붕괴되고 균열된 선체 상태. 셋째 화물칸 화물의 후방 쏠림으로 인한 무게중심의 후방 이동 추정. 넷째 선체 내부에 쌓여 선체 중량을 늘린 개펄. 다섯째 선체 내의 잔존 기름 및 오염물질. 여섯째 옆으로 누운 선체. 일곱째 동절기의 잦은 풍랑, 저수온 등이다. 여기에 선내 실종자 수습을 위해 선체를 통째로 인양해야 한다면 연구 검토해야 할 위험요소는 더 늘어나게 된다. 인양방법은 다양하지만 현장의 수중작업 환경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세월호는 인양 작업에 유리한 조건은 한 가지도 없는 유례가 드문 악조건을 갖고 있다. 최고난도와 최고위험도의 인양 작업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전조사를 할 때 현장상황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이 사전조사 작업도 동절기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 본다. 조사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다.

사전조사를 완료하고 인양을 최종 확정하기까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모든 장애요소에 대한 사전조사가 충실하게 이뤄져 인양 조건들이 제대로 제공돼야 인양 여부와 이후의 인양설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인양준비의 첫 단추는 사전조사 계획수립과 시행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역량을 결집해 한국의 침몰선 인양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광현 전 세월호 침몰사고 범정부대책본부 잠수안전 지원단장
#세월호#해양수산부#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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