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상규]‘시플리’와 ‘나라장터’의 상생모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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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규 조달청장
김상규 조달청장
유럽에서는 ‘시플리(Shiply)’라는 온라인 운송시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플리는 미국의 최대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처럼 온라인으로 화물의 배송과 주문을 받는다. 시플리는 평범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창업자는 2008년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당구대 배송을 주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화물차 운전사가 “맨체스터에서 물건을 내려놓고 빈차로 런던까지 돌아오려면 연료가 낭비된다”고 불평했다. 이 말을 들은 창업자는 ‘온라인으로 운송정보를 공유하여 공차로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화물을 보내는 사람이 시플리 홈페이지에 화물의 종류, 부피, 배송 희망지, 배송시간 등을 입력하도록 했다. 이 정보를 접한 배송회사들은 다른 화물과 함께 배송할 수 있는지 운송경로를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빈차로 운행하는 공차율(空車率)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 결과 배송비용을 최대 75%까지 낮출 수 있었다.

우리의 물류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연간 물류비는 130조7000억 원에 이른다. 도로이용 화물운송이 91조7000억 원으로 전체 물류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공차율이 무려 40.2%에 달하는 점이다. 이는 미국 27%, 영국 28.7%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치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지금도 민간화물정보망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차량정보에 비해 화물정보가 턱없이 부족해 공차율을 낮추는 데는 역부족이다. 사업자들이 민간정보망을 통한 상호 정보 공유를 꺼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화물정보망 구축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조달청이 비축한 원자재 방출 정보를 운송업체에 공개하여 공차율을 낮추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연간 10만여 t, 시가로 4700억 원의 원자재를 방출하는데 70%에 달하는 물량이 위탁운송이다. 이 점에 착안해 온라인상에 비축물자 운송정보서비스 공간을 마련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비축물자 이용업체의 물류정보와 화물운송업체의 운송정보를 한 화면에서 직접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화물운송업체는 시스템을 통해 정부 비축물자 이동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운송을 끝내고 회차하거나 운송구간별로 적재 화물이 없어 공차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축물자 운송정보시스템상의 물류이동정보를 활용하면 공차율을 줄여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비축물자이용업체도 낮은 견적가를 제시하는 운송회사를 선택할 수 있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축물자이용업체와 운송회사의 상생모델이 되는 셈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현재 나라장터에는 20조 원 규모, 즉 비축물자의 50배에 달하는 공공기관 물품이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 구매화물정보가 실시간 제공되지 않아 많은 영세한 중소화물운송업자들이 아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장터 물류정보시스템을 확장하고 개선해야 한다.

김상규 조달청장
#시플리#이베이#나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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