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명장’ 꿈꾸는 청소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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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용 기계 제작 - 로봇 프로그래머 - 구글 입사
대덕SW마이스터고 첫 신입생 선발

할아버지는 어린 손자를 오토바이에 태워 유치원까지 데려다주는 걸 큰 기쁨으로 여겼다. 2004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어린 손자는 오토바이 대신 전동 휠체어를 타게 된 할아버지를 보며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만들 신약을 개발하고 싶었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줄 기계를 만들어 꼭 할아버지께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손자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소프트웨어(SW)를 공부하기로 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대덕소프트웨어(SW)마이스터고의 첫 신입생 신석준 군(15·대전용전중)의 이야기다. 이 학교는 정부가 ‘SW 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지정한 국내 첫 SW 분야 마이스터고다. 신 군은 “원래는 기계 분야 마이스터고 진학을 생각했는데 꿈을 이루기 위해선 SW 능력을 기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며 “대학에 가는 것보다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 SW 개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학년도 대덕SW마이스터고 신입생 80명을 최종 선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마이스터 인재전형으로 합격한 구승완 군(15·대전관평중)은 어린 시절 주변에서 ‘레고 신동’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1∼3학년 때 KAIST의 ‘어린이 로봇스쿨’을 다니면서부터 로봇과 그 로봇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구 군은 국제컴퓨터활용능력자격(ICDL), 정보기술자격(ITQ) 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만 17개를 땄다. 승완 군의 어머니 나선희 씨(42)는 “SW마이스터고가 생긴 덕분에 컴퓨터만 끼고 놀던 승완이가 자기 능력을 살릴 수 있게 됐다”며 “아빠는 다른 친구들처럼 일반고를 졸업한 뒤 좋은 대학에 가길 원했지만 아이가 고집을 부렸다”고 전했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김유진 양(15·충의중)의 꿈은 미국 구글 본사에 입사하는 것이다. 구글은 채용 과정에서 학력 같은 ‘스펙’보다 오직 ‘실력’만을 잣대로 삼는다는 게 마음에 들었단다. 김 양은 “우선 구글코리아에 입사해 눈에 띄는 실적을 낸 다음 본사로 옮기는 게 목표”라며 “구글에 가려면 기본적으로 3개 국어를 해야 한다고 해서 영어와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양이 컴퓨터에 빠져든 계기는 여느 아이들처럼 게임이었다. 특히 ‘테일즈런너’(한게임의 달리기 게임) 같은 캐주얼 게임을 좋아했다.

“테일즈런너는 전적을 쌓거나 특별한 아이템을 사서 레벨을 높이지 않아도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었거든요. 저도 SW를 열심히 공부해서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실력으로 꿈을 이룰 거예요.”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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