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글로벌 판매 ‘800만대 시대’ 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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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어려울 때 잘하는 것이 진짜 실력”
400만대 돌파후 6년만에 두배로… 내수 부진한 印-브라질서도 약진
車부품업체 수출 실적도 사상최대

중국과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시장에서 선전한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처음으로 전 세계에서 자사 차량을 800만 대(국내 포함) 이상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24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수출확대전략회의에서 올해 전 세계에서 지난해에 비해 약 44만 대가 증가한 800만 대 판매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2008년에 처음 400만 대 판매를 넘어선 현대·기아차가 6년 만에 판매량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어려울 때 잘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며 “불리한 시장 여건을 극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의 실력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10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증가한 655만 대를 팔았다. 이 기간 중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어난 142만1650대를 팔아 올해 역대 최대인 170만 대 이상을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이 침체된 인도와 브라질에서도 지난해 대비 각각 8.0%, 7.2% 판매가 늘었다.

엔저에 따른 일본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미국 업체의 부활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선진 시장에서도 최근 판매가 회복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형 제네시스 외에도 투싼,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선보인 기아차의 신형 카니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달 말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현대차의 전략차종인 i20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량이 800만 대를 넘어서게 되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수출실적도 개선됐다. 올해 1∼9월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자동차 부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3% 늘어난 199억1481만 달러(약 22조1453억 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산 자동차 부품의 대일(對日) 수출액도 같은 기간 6억7500만 달러로 약 37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자동차 부품의 대일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판매 800만 대를 선두권 업체도 도약하기 위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11년 말 글로벌 판매 800만 대가 확실시되자 ‘2018년 세계 1위’를 선언했다. 도요타도 2006년 800만 대를 기록한 이후 2년 만에 수십 년간 세계 판매 1위를 지켜오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엔화 대비 원화 강세와 노사문제, 저생산성의 고비용 구조 등 국내 생산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국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등 과제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늘면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가 많다”며 “기존 메이저 업체들이 모두 부활한 만큼 진정한 승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브릭스#현대#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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