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강한 KIA 부활, 소원의 종에 빌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6시 40분


KIA 최희섭이 2009년에 이어 2014년에도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의 우마카세 해안에 있는 ‘소원의 종’을 치며 내년 시즌 자신의 부활과 더불어 팀 우승을 바라고 있다.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KIA 최희섭이 2009년에 이어 2014년에도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의 우마카세 해안에 있는 ‘소원의 종’을 치며 내년 시즌 자신의 부활과 더불어 팀 우승을 바라고 있다.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 KIA 캠프서 부활 땀 쏟는 최희섭

작년 9월 무릎수술·재활…은퇴 고민
25년만에 처음으로 야구를 못해봤죠
캠프에 받아준 김기태 감독님께 감사
붉은유니폼 입을 수 있는게 가장 중요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는 우마카세 해안이라는 유명 관광지가 있다. 해변에 우뚝 서 있는 아찔한 절벽 사이 바다와 산이 함께 만든 십자가 모양의 해안이 그곳이다. 현지인들은 이곳이 있는 ‘소원의 종’을 치며 희망을 다짐한다. 2009년 1월 최희섭(35)은 안치홍, 나지완과 함께 ‘소원의 종’을 쳤다. 가슴에 담은 소원은 “올해 꼭 우승하게 해 주세요”였다. ‘소원의 종’ 덕분이었을까. 2009년 KIA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최희섭은 33개의 홈런과 100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최희섭에게는 그리 유쾌한 시간이 아니었다. 2010년 부상으로 타선이 붕괴됐지만 21개의 홈런으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연이은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9월 무릎수술 이후에는 재활에 열중했다.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에 매일 정시 출근하며 몸을 만들었다.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트레이너 팀과 상의해 챌린저스필드 인근 산에 오르며 개인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레이너 팀과 1군 감독과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생겼는지 선동열 전 감독이 취재진 앞에서 “최희섭이 재활군에 없더라. 야구를 포기한건가?”라고 말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구단이 부랴부랴 정정을 했지만 체중을 10kg 이상 줄이고 기술훈련 준비를 하고 있던 최희섭은 혼란스러웠다.

최희섭은 KIA 마무리캠프 선수단 휴식일인 23일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힘차게 ‘소원의 종’을 울렸다. 다시 ‘소원의 종’을 친 최희섭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다.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 KIA가 타이거즈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다시 강하게 뭉치는 팀이 될 수 있게 응원해 달라고 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소원이었다. 이뤄지면 그때 말하겠다”며 빙그레 웃었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지난 15개월 어떤 심정이었나.

“솔직히 올 9월 이후에 은퇴를 결심했다. 가족들과도 상의했다. 어떻게든 그라운드 위에서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쉬웠지만 상황이 그랬다. 다시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서지 못한다는 것이 참 슬픈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25년 만에 처음 야구를 하지 못했다.”

-은퇴를 결심했는데 다시 유니폼을 입고 마무리캠프에 와있다.

“마무리캠프 명단이 붙었는데 당연히 이름이 없었다. 얼마 후 김기태 감독님이 새로 오셨다. 주장 이범호 선수에게 마무리캠프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는데 고맙게도 감독께 말씀드려줬고 감독님도 허락하셨다. 후배들이 굉장히 반가워해줘서 참 고마웠다.(얼마 전 최희섭은 휴식일 저녁 고맙다는 인사 겸 후배 몇 명에게 초밥을 샀는데 함께 200접시를 해치워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제 30대 후반이지만 3년 위 선배 이승엽(삼성)은 올해 30홈런을 쳤다.

“이제 기술훈련을 시작했다. ‘과연 내가 예전처럼 시속 150km 공을 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선수생활 황혼기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은퇴까지 고민했었기 때문에 더 잃을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해 보겠다.”

-김기태 감독은 캠프에서 어떤 말을 했나.

“굉장히 자상하게 대해주셔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감독님 말씀 하나 하나에 깊은 뜻이 있다. 간결한 스윙과 손목 사용의 중요성 등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그 밖에 감독님이 해준 많은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

-kt의 특별지명이 눈앞에 다가왔다. 구단은 유망주 보호가 먼저 일 수 있는데.

“붉은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결과가 어떻든 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다. 구단과 감독님이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최희섭은 첫 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다. 15년 전 그 문을 열었다. 그는 이제 야구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아홉 신인들과 함께 매일 아침 산에 오르고 있다. 진인사대천명(待天命)의 심정으로 마음속에 그려 둔 산도 뚜벅뚜벅 걷고 있다. 최희섭은 ‘소원의 종’을 치면 빌었던 두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