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부양 치중하다 주춤… 한국, 규제개혁-체질개선 더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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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위기 아베노믹스 반면교사로 본 ‘崔노믹스’ 과제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으로 뒷걸음질치는 등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는 ‘최(崔)노믹스’로 경기부양에 나선 한국 역시 경제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두 정책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공통점도 적지 않은 만큼 아베노믹스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노동시장 등에 대한 구조개혁을 서두르면서 섣부른 증세(增稅) 논의의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 최노믹스 vs 아베노믹스

최근 정치권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맞물려 야당을 중심으로 최노믹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 평가가 절망적인 수준”이라며 “아베노믹스와 궤를 같이하는 최노믹스도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7∼9월)에도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아베노믹스와 공통점이 많은 최노믹스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아베노믹스와 최노믹스를 연관짓는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9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막다른 골목에서 비싼 윤전기를 돌리는 것뿐이지만 (한국) 새 경제팀의 정책은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히 재정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아베노믹스와 다르다”라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두 정책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 우선 일본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중앙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극약처방’인 데 비해 최노믹스는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이다. 또 일본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2.7%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확대에 나선 데 비해 최노믹스의 재정지출 확대 규모는 GDP의 0.8%로 경기가 나쁠 때 짜는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두 나라의 정책은 무기력해진 경제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단기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 ‘금리인하-재정확대-경제체질 개선’을 큰 틀로 하는 최노믹스는 ‘양적완화-재정확대-성장전략’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규정되는 아베노믹스와 정책의 뼈대가 유사하다.

○ “섣부른 증세 경계하고 구조 개혁해야”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노믹스가 성공적인 결과를 내려면 아베노믹스의 위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일본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다 소비세 인상으로 다시 침체된 데서 나타난 것처럼 섣부른 증세는 경기부양 노력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최근의 아베노믹스 위기는 재정 확충을 위해 소비세 인상에 나섰다가 나타난 부작용”이라며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 역시 재정 건전화에 도움이 되기보다 경기에 미칠 악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부양책 이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경제 구조 개혁, 즉 경제의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노믹스는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시키고 규제 개혁, 산업재흥(再興) 정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한국의 경우 미약한 경기회복세가 201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 개혁, 유망 서비스업 규제 개혁 같은 산업구조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특히 기업투자와 가계소득 부진의 원인인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 달 발표할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 노동, 금융, 교육, 공공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 개혁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정책은 경기 활력 제고와 함께 구조 개혁에 중점을 둬 준비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함께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정규직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아베노믹스#최노믹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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